'전기차 부진' 폭스바겐, 돈주고 기술 샀다…'SDV 새 강자' 업계 긴장

'제2의 테슬라' 리비안에 7조 투자…자금·생산력+SDV 기술력 '시너지' 노려
SDV 서두르는 현대차·기아, 포티투닷 1조 투자…2026년 SDV 적용 목표

리비안 최고경영자(CEO) RJ 스캐린지가 7일(현지시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2'를 공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는 미국 전기차 회사 리비안에 약 7조 원(50억 달러)을 투자한다.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SDV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그룹은 미국 전기차 리비안에 최대 7조 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기 위한 새롭고 동등하게 통제되는 폭스바겐과 리비안의 합작투자의 일환이다. 양사는 2030년 이전에 합작회사가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윈-윈'이란 평가다. 폭스바겐 그룹은 세계 2위 자동차 업체다. 다만,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기차 판매량에서는 중국 BYD, 테슬라, 중국 지리그룹에 이은 4위를 차지하는 등 전기차 부문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비안은 2021년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사로 꼽히는 등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판매 부진에 직면하면서 자금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의 생산·자금력과 리비안의 기술력이 결합으로 전기차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폭스바겐이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SDV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SDV는 최신 상태를 유지하고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정의되는 차를 말한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하고 자체 SDV 투자에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리비안은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SDV 전기차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어 이 부분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SDV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체 개발이 부진하자 폭스바겐이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투자는 SDV에 대한 개발 의지로 볼 수 있다"며 "단기간에 선두그룹을 따라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 현대차그룹 역시 SDV 전환에 집중하며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는 계열사 포티투닷(42dot)에 이달 총 2536억 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이는 앞서 약속한 1조 원 규모의 투자의 일환이다.

포티투닷은 네이버에서 자율주행 등을 총괄한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설립한 회사로 현대차그룹이 2022년 8월 약 4300억 원에 인수했다. 송 대표는 포티투닷과 현대차·기아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SDV 기술 개발과 글로벌 인재 확보에 주력하며 내년까지 SDV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26년부터 출시하는 차량에 SDV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