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대장주 굴기…"주요국, 자국車 엄호 총력"[中 전기차 공습]③
중국산 테슬라·BYD 등 국내 시장 위협…정부 보조금 개편에도 가격경쟁력 큰 타격 못줘
미국·유럽, 앞다퉈 中 배제 정책 전개…"중소형 모델서 BYD 잠식 가능성"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두드리면서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 경쟁이 펼쳐지는 와중에 국내 시장에 중국 전기 승용차가 본격 진출할 경우 '치킨 게임'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중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이 클 수 있어 국내 완성차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량(29만6450대)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한다. 직전 4.1%에서 4.8%P 늘며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판매 증가에 가장 많이 기여한 브랜드는 테슬라다. 지난해 테슬라코리아는 미국산 모델Y 판매를 중단하고 2000만 원 저렴한 중국산 모델Y RWD(후륜구동)를 들여와 흥행에 성공했다. LFP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췄다. 국고보조금(514만 원)과 지자체 지원금을 합치면 4000만 원대 후반에 구매 가능해 지난해 전년 대비 91.6%나 증가한 1만3885대가 팔렸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는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국내 전기 승용차를 출시할 전망이다. 국내 출시가 유력한 모델인 씰·아토3·돌핀은 저가형 LFP 배터리를 탑재해 올해 개편된 국고보조금에서 일부 손해를 보게 됐지만, 이를 뛰어넘고도 남을 만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BYD의 대표 수출 모델인 소형~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토3'의 일본 시장 가격은 440만 엔(약 3900만 원)으로 국내도 비슷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산차 경쟁 모델 대비 1000만 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가 가성비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파고들자 일각에선 국내 전기차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 현지에서 생산한 저가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진입해 국산 전기차 경쟁력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인 BYD는 지난해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24만2759대를 팔아 전년(5만5656대)보다 4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판매량은 이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EV) 판매량(26만8785대)에 육박한다. 중국 전기차는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야금야금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BYD는 2030년에 해외에서만 15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는 중국 전기차에 불편한 기색을 강력하게 드러내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해외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할 경우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말 전기차 생산·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소형 모델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국산차 기업들이 경계심을 갖고 가격 전략을 마련하는 등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보조금 정책에서 국산차가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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