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보릿고개 버팀목…숫자로 본 현대차·기아 '500억불' 수출탑

한국 전체 수출 8% 비중·GDP 3.3% 규모…외환보유고 확대에도 한 몫
전후방 산업 포함 150만개 일자리…전기차 공장 건설로 수출 더 늘린다

현대차와 기아는 5일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각각 '300억달러 수출의 탑'과 '200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사진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왼쪽)과 송호성 기아 사장(현대차그룹 제공)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올 한해 우리 수출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IT(정보기술) 수요 감소로 기존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에서 부진을 겪었다. 이런 악재 속에 수출 버팀목이 된 것은 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브랜드 합산 500억달러의 수출로 우리 산업을 지탱했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날(5일)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각각 '300억불 수출의 탑'·'20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한국무역협회 기준 기간(2022년 7월~2023년 6월) 수출금액 545억달러, 약 7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31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6% 늘었고, 기아는 235억달러로 30.7% 증가했다.

두 브랜드의 합산 수출액은 지난해 국가 전체 수출 금액(6836억달러)의 8%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샌산(GDP) 2161조원의 3.3% 규모이며 올해 국가 예산인 638조7000억원의 11.1%, 올해 국세 수입 341조4000억원의 20.9%와 맞먹는 금액이다. 올해 11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인 4170억8000만달러의 13% 규모로, 우리나라의 외환 지갑을 두둑하게 채우는 데도 한몫을 했다.

신냉전 체제 등 지정학적 위기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경기침체 등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믹스 개선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 출시 △글로벌 판매 확대 노력 등으로 역대 최대 수출을 경신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높은 수출 성적은 단순 완성차 업체의 성적일 뿐 아니라 협력사까지 따라오는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업체가 부품·협력사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특징을 갖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자동차 품목의 무역흑자 규모는 447억달러로, 전 품목 중 무역흑자 1위를 기록 중이다. 주요 수출 품목 중 자동차가 무역흑자 1위를 기록하는 것은 2014년 이후 9년만이다.

국가 기간 산업으로도 꼽히는 자동차 산업은 생산·조세·부가가치 창출 면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현대차·기아를 필두로 생산 면에서 전체 제조업의 12.1%, 세수 면에서는 국세 및 지방세의 10.8%,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전체 제조업의 9.6% 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고용인원은 약 33만명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294만명의 11.2%에 달한다.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에서 약 1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지난 11월 연간 2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지난 4월에는 기아가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대 규모의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이 끝나면 전기차 수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무역수지, 생산, 세수, 고용 등 모든 부문에서 자동차 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따라준다면 미래차 경쟁에서도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