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분기 성적표…1.3兆 충당금에도 영업익 작년 웃돌듯
세타 엔진 리콜 1.36조 충당금…증권가, 영업익 1.7조대 추정
반도체난 완화·고부가車 판매↑·고환율 등 "견조한 실적 지속"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올해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차질 등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쓴 현대자동차가 24일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다.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도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1조3000억원 규모의 세타 GDI 엔진 리콜 관련 대규모 충당금 반영으로 당초 추정치에는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분기 들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호조, 미국 딜러 인센티브 축소, 고환율 효과 등으로 대규모 충당금 반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1조6067억원) 영업이익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역대 두번째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증권사들이 추정한 현대차 3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4.36% 증가한 35조9001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6.87% 늘어난 2조8417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컨센서스에는 현대차가 지난 18일 공시한 1조3602억원 규모의 세타 GDi 엔진 리콜 관련 충당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중후반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충당금 비용이 일회성으로 현대차의 호실적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은 세타 충당금을 반영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을 1조7700억원으로 추정하면서 "리콜 비용을 감안하고도 추세적인 이익률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현대차의 체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의 판매·수익성 개선 등을 고려하면 이번 충당금 설정에 따른 재무적인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이번 충당금은 과거 내연기관의 품질 문제로,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의 성공적 출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의 제품·브랜드 경쟁력 개선 등을 고려하면 장기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에도 고부가가치 차량의 글로벌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 대잔치를 벌였다. 특히 2분기 매출액(35조9999억원)과 영업이익(2조9798억원)은 모두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이다
3분기 세타 충당금 반영으로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겠으나 매출액은 호실적 흐름을 그대로 이어간다. 추정치대로라면 지난 2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대규모 충당금 반영에도 지난해 3분기(1조6067억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대차의 견조한 실적 흐름에는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량 호조, 미국 딜러 인센티브 축소, 고환율 효과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북미 시장의 탄탄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1~9월 글로벌 시장에서 15만4874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2015년 출범 이후 누적 판매 대수는 78만7684대로 80만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도 3분기 들어 완화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차의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102만24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었다. 전기차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 EV6를 무기 삼아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킹달러 현상은 해외 이익을 달러화로 거둬 들이는 현대차에 호재다. 유진투자증권은 원화 약세 현상에 따라 현대차는 전분기 대비 약 4500억원, 기아는 약 2800억원의 긍정적 환율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4분기와 내년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차량용 반도체난 완화로 현대차의 생산량이 늘고는 있지만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로 전기차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현실화에 따른 자동차 수요 위축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량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낮은 재고 수준과 높은 대기 수요, 우호적인 환율 조건 등으로 현대차는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의 미국 현지 생산 조기 투입, IRA 법안 수정 등의 조치가 없을 경우 IRA 법안이 본격 적용되는 내년부터 현대차의 전기차 점유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또 미 연방준비제도의 지속적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주요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며 신차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세타 GDi 엔진 리콜 충당금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3분기 3000억원, 2019년 3분기 6100억원, 2020년 3분기 2조1300억원의 충당금을 같은 문제로 실적에 반영한 바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기존 패턴을 감안할 때 향후 2~3년 안에는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이슈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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