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스크에 제주항공 비극까지…벼랑 끝 몰린 항공株

高환율에 항공사들 주가 10% 안팎 하락…LCC 낙폭 더 가팔라
LCC 1위 대형사고에 '불안감 증폭'…저가항공사 우려 부각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계엄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항공주가 벼랑 끝에 몰렸다. 정국 불안으로 촉발된 고환율로 업계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터졌다.

여행객들 불안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에서 항공주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항공(003490)(-9.16%) △아시아나항공(020560)(-2.49%) △제주항공(089590)(-16.84%) △티웨이항공(091810)(-12.52%) △진에어(272450)(-11.68%) 등 주요 항공주들은 급락했다.

비상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한 이후 이달 2일 연중 최고가인 2만 6150원까지 올랐지만, 연이은 악재에 2만 3300원까지 밀렸다.

항공주 급락의 배경은 불확실성이 키운 고환율이다. 계엄령 선포 전날인 2일 1406.5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 27일 장 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항공업은 대표적인 고환율 피해주로 분류된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 수요가 감소할뿐더러 유류비나 항공기 리스(대여)비를 달러로 지급해 비용 부담도 크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며 투심이 또 한 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공항에서 탑승자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구조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락 사고의 원인은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불발로 추정된다.

주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네이버증권 등 웹사이트에서는 제주항공이 검색어 1위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등 항공주 다수가 최다 검색 종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여객기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웹사이트에는 "불안하다"며 예정된 여행을 취소할지 고민된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왔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한 만큼, LCC 항공주에 대한 투심이 더 빠르게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구조 개편으로 대한항공 입지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가 항공사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종목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OOO 항공사 점검, 유지보수는 더 허술하다"며 "터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저가 항공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했다.

이번 사고 여객기 기종인 B737-800가 대부분 LCC에 몰려있다는 점도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종은 중단거리에 특화된 여객기로 국내에서는 101대가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41대),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19대), 이스타항공(10대), 대한항공(2대) 등 LCC가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150억 원·75%)과 제주특별자치도(50억 원·25%)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주 50.37%를 보유하고 있다. AK홀딩스는 "그룹차원에서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