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본인부담상한제 초과액 지급 의무 없어”…보험금 '이중수령' 막아
‘초과이득’ 실손보험 취지 훼손…진행 중인 유사한 재판에 영향 미칠 것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보험사와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간의 다툼이 지속됐던 ‘본인부담상한제’ 초과액에 대해 대법원이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처음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보험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중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보험 가입자 A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부분이 실손의료보험(1세대) 지급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2023다283913)’에 대해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액은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부담한 의료비 중 급여 본인부담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한 경우, 그 초과액을 건강보험에서 돌려주는 제도로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됐다.
2008년 11월 현대해상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A 씨는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세 차례 각기 다른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를 총 16회 받은 뒤 보험금으로 입원치료비를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다. A 씨가 청구한 보험금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도 일부 포함됐다.
이에 현대해상은 2021년 11월 병원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 가능한 금액이므로 특약에 따른 보상 대상이 아니라며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111만552원에 대한 지급을 거부했다.
A 씨는 현대해상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1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 줬고, 2심에서는 원고의 승소 판결을 했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에서 환급받은 것이 특약의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지출한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다.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1세대 실손보험과 관련한 분쟁은 총 23건이다. 이중 보험사 승소는 11건, 패소는 12건이다.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1세대 실손보험은 2~4세대 실손보험과 달리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따른 환급금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된 표준약관이 없다. 이 때문에 소송에 들어가면 보험사에 불리한 판결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보험사에 더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대해 보험사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반기는 모습이고, 반면 소비자들은 “법원이 보험사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례가 현재 진행 중인 유사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중으로 보험금 수령하는 사례가 줄 것으로 보이고, 이는 다수의 보험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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