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사장 체제' 도입한 신한투자증권, 책무구조도 내년 2월 도입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대규모 금융사고를 낸 가운데 증권사 최초로 '책무구조도' 도입에 나선다.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책무구조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정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영진 등 업무 집행책임자의 자격요건'에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 업무 경험, 정직성 및 신뢰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아울러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임원의 직책을 변경하려는 경우'와 '책무구조도 상 임원의 책무를 변경하거나 추가하려는 경우' 수시 공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신규로 들어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금융사 임원 개개인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내년 7월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되지만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대규모 금융사고를 겪으면서 선제적인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2월에 책무구조도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신한투자증권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정착하겠다며 책무구조도 컨설팅에 착수했다. 이어 올해 1월 준법경영부를 신설했고 4월 책무구조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올해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하며 1357억 원가량의 손실을 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이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준비했지만 정작 도입 시기가 늦춰지면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단 지적이 나왔다. 미흡한 내부통제로 회사가 금융사고를 뒤늦게 인지하며 손실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책무구조도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정 개정을 통해 본격적인 금융사고 수습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책무구조도 시행 준비와 더불어 '3인 사장 체제'를 도입하는 파격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1월 1일 자로 △경영관리 △자산관리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등 세 개의 체제를 도입하고 각 체제를 총괄하는 사장을 배치하기로 했다. 3명의 사장을 두는 것은 신한투자증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선훈 대표이사 사장이 전략기획그룹, 경영지원그룹을 아우르는 경영관리총괄을 맡는다. 신한지주 출신인 정용욱 부사장과 정근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자산관리총괄 사장과 CIB총괄 사장을 맡기로 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직문화와 시스템, 프로세스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위기 극복과 정상화를 조속히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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