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꼴찌' 韓 증시…증시 버팀목 개미도 떠났다[2024 핫종목 결산]①

美 S&P500 23% 상승할 때 코스피 9.4% 하락…코스닥도 22.9%↓
'국민주' 삼성전자의 배신…'5만전자'도 위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장중 2,400선을 내줬다. 2024.12.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올해 한국 증시 투자자는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밸류업 기대감에 '삼천피'를 꿈꾸던 코스피는 급락장이 반복되며 2400선 지키기도 빠듯한 모습이고, 코스닥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빼면 수익률이 세계 꼴찌다.

'국민주'인 삼성전자는 초격차가 흔들리면서 '4만전자'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체 상장사 4개 중 오른 곳은 1곳이 채 안 된다.

연이은 주가 하락에 지친 투자자들은 국장을 떠나 미장으로 '투자이민'을 떠났다. 코스피에서 60%를 웃돌던 개인투자자 비중은 40%대로 낮아졌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밸류업'에도 세계 꼴찌 수익률…개미는 미장으로 '투자 이민'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0일 기준 2404.15로 거래를 마쳤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2900선 가까이 고점을 높였지만,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종가(2655.28)보다도 9.46% 하락했다.

특히 지난 8월 5일 코스피는 하루 새 234p(-8.77%) 급락하며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866.57)보다 22.88% 내린 668.31로 거래를 마쳤다. 사실상 전쟁이 한창인 러시아 RTSI 지수(-32.07%)를 제외하면 세계 꼴찌 수익률이다.

올해 미국 S&P500 지수는 23%, 나스닥 지수는 29.05% 올랐다. 가까운 중국 상해종합지수와 일본 니케이225 역시 각각 13.23%, 15.72% 상승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증시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과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등 무책임한 태도와 성장 둔화 우려, 계엄·탄핵정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엔 캐리 트레이드와 강달러,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등 외부 불안감도 증시를 흔들었다.

나홀로 역주행하는 주가에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투자자들은 국장을 떠나 미장으로 투자 이민에 나섰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올해 코스피에서 4조 4327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말 62.37%에서 이달 20일 기준 41.87%로 낮아졌다.

반면 서학개미가 보유 중인 미국 주식은 지난 18일 기준 1121억 1814만 달러(약 162조 7619억 원)로, 지난해 말(680억 2349만 달러)보다 440억 9465만 달러(약 64조 254억 원) 늘었다. 1년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66조 8324억 원) 시총에 육박한 돈이 미국 시장으로 이동한 셈이다.

올해 코스피 거래대금은 2588조 5389억 원으로 지난해(2352조 6589조)보다 10.02% 늘었다. 반면 코스닥 거래대금은 2018조 8760억 원으로, 지난해(2456조 147억 원) 대비 17.7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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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 삼성전자의 배신…초격차 흔들리자 '5만전자'도 위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도 힘을 쓰지 못했다. 반도체 시황 침체 우려와 중국 업체의 추격,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밀리면서 올해 주가가 32.48%나 하락했다. 20일 종가는 5만 3000원이다. 지난달에는 4만 9900원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올해 엔비디아가 171.29%, TSMC가 40.94%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심지어 같은 메모리 업체인 SK하이닉스(000660)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도 각각 18.33%, 5.77% 올랐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전방산업 수요 부진,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 CXMT와 같은 중국 추격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삼성전자는 10조 원을 투자해 자사주 매입까지 나섰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코스피에는 부담이다.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시총(1967조640억 원)에서 삼성전자(316조3985억 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6.08%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는 22.04%였다.

코스피 상장사 945개 중 올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299개에 불과하다. 코스닥 역시 1659개 종목 중 309개 종목만이 올랐다. 투자자가 1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10개 종목에 투자했다면 2~3개 종목 말고는 하락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