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 자사주 '꼼수'에…'우호적 행동주의' VIP자산운용도 반발

김민국 대표 "2대 주주로서 충격…주주 피해 명백"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HL홀딩스(060980)의 자사주 무상출연을 두고 2대 주주(10.41%)인 VIP자산운용이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우호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VIP자산운용이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1일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HL홀딩스의 2대 주주로서 재단 출연 공시를 보고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며 "주주가 입는 피해는 명백한데 반해 회사가 얻을 가능성이 있는 이익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여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HL홀딩스는 지난 11일 비영리재단 법인을 설립해 자사주 47만 193주(20일 종가 기준 약 162억 원)를 무상 출연하는 내용의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총 발행주식의 4.76%이자, 보유 자사주(56만 720주)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나머지 16%(9만 527주)는 소각하기로 했다.

HL홀딩스 측은 자사주를 통한 재단 설립 목적을 '사회적 책무 실행'이라고 밝혔으나, 주주들은 반발하는 상황이다. HL홀딩스 측 주식 증여는 회계상 손실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를 재단에 넘길 경우, 정몽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경영권이 강화돼 회삿돈으로 지배주주의 권한만 키워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는 "가뜩이나 WCP(393890)의 과도한 주가하락 등으로 회사의 분기실적이 적자로 반전한 상황에서 3년 평균 순이익의 30%가 넘는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2대주주로서 우려되는 바를 담아 사측에 송부했고 답신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L홀딩스 측에서 재단 지분에 대한 5년 의결권 미행사, 자사주 조기소각 계획을 '당근'으로 제시한 점에 대해서도 '미봉책'이라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기한을 붙여 의결권을 미행사하겠다는 것은 현재의 위기만 모면하고 보겠다는 것"이라며 "5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정몽원 회장과 현 경영진이 실질적 의결권 행사주체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자사주 무상출연의 목적을 '의결권 부활을 통한 백기사 확보'로 의심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두산밥캣의 합병처럼 특정주주를 위한 의사판단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있는 이 예민한 시기에 굳이 오해 받을만한 일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 무상출연을 강행할 경우 일반 주주의 피해와 자본시장의 우려, 유무형의 기업가치 하락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회사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