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사이클인가 했더니 착각?"…한달간 25% 뛴 철강주, 진짜 이유는
KRX 철강, 이달 들어 25% 넘게 상승…업황 개선 가능성에 시장 '관심'
2배 뛴 고려아연이 상승 주도…포스코홀딩스 등 대형주 여전히 '마이너스'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국내 주요 철강 기업으로 구성된 KRX 철강 지수가 이달 들어 25% 급등하며 그간 시들했던 철강 업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는 건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상승의 진짜 이유는 업황 개선이 아닌 구성 기업 한 곳의 독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철강 지수는 이달(2일~29일) 들어 1767.08에서 2213.08로 446.00포인트(p)(25.24%) 상승했다.
KRX 철강은 이 기간 KRX 섹터 지수 중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KRX 은행(8.09%), KRX 300 금융(7.51%), KRX 증권(5.67%) 등 함께 상승률 상위권에 든 다른 지수들과 비교하면 3~5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해당 지수에는 고려아연(010130), POSCO홀딩스(005490), 현대제철(004020), 풍산(103140), 세아베스틸지주(001430) 등 기업 20곳이 포함돼 있다. 철강 업황 부진에 지수는 지난 8월 초 장 중 1375.30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최근 급격히 회복했다.
앞선 부진은 고금리 환경에 따른 건설업 수요 부진과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 과다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철강 업황이 하반기 바닥을 찍고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나왔고, 최근 지수가 급등하자 회복 사이클 진입 여부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다만 지수 상승이 업황의 회복이나 회복 기대감으로 인한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POSCO홀딩스(-10.00%), 현대제철(-7.89%) 등 대형사들이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 개선의 단초가 될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위적인 생산 축소가 없는 한 철강 산업의 공급 과잉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기엔 2025년은 이르고, 업황이 추가로 악화한다면 2026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수는 고려아연 주가 흐름에 발맞춰 올랐다. 지난달 중순 랠리를 시작한 고려아연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68만 8800원에서 154만 3000원까지 124% 상승했다. 고려아연이 급등하며 KRX 철강 지수에 포함된 전체 기업 시가총액의 40%를 고려아연이 차지하게 된 상황이다. 고려아연 상승이 철강 섹터 급등 착각을 끌어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내 철강 기업들이 다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대부분 철강 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으로 두고 있으나,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 철강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정부 지원, 원가경쟁력을 내세우며 철강·비철금속 산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중국의 공급 감산 가능성, 글로벌 정책 변화,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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