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찬바람 불면 배당주…금리 인하·밸류업 타고 외인·기관 홀렸다

외국인·기관 투자자 순매수액 상위에 KB금융·KT 등 고배당주 이름 올려
"배당株 기다린 금리 하락기 도래…밸류업으로 인한 배당성향 가능성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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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도 개선으로 배당기준일을 12월 말에서 봄까지 미룰 수 있게 되면서 '찬 바람 불면 배당주' 격언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배당주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기에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활성화 이슈까지 겹치며 찬바람과 함께 배당주 투자 붐이 올해도 돌아왔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2~21일 기준) 외국인, 기관은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통신, 금융주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KB금융(1111억 원), KT(889억 원), 우리금융지주(722억 원), 삼성생명(591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 2~3위는 KB금융(968억 원), 메리츠금융지주(371억 원), 미래에셋증권(157억 원)으로 금융주가 차지했다.

배당주에 자금이 몰리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을 내고 있다.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은 7.78%,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6.60% 상승했다. RISE 대형고배당10TR도 1.99% 올랐다. 코스피가 0.45% 상승, 코스닥이 0.51% 하락하는 와중에 시장 전반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KB금융은 15.57%, KT는 6.84%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은 9.06% 오르며 시가총액 20조 원도 달성했다.

상법 유권해석이 바뀌면서 2023년 결산배당부터는 배당기준일을 12월 말에서 주주총회 이후로 미룰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배당기준일이 12월 말에 몰려 10월부터 배당주가 오르는 경향을 보였지만, 다수 기업 배당기준일이 내년 1분기로 미뤄지며 '벚꽃배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연말 배당효과가 희석되리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도 '찬 바람 불면 배당주' 효과는 여전한 모습이다.

연말 배당주 투심이 돌아온 이유 중 하나로는 금리 인하기 도래가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9월 4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3년여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이달 발표했다. 금리 하락으로 인한 이자소득의 감소는, 배당소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금리 하락기는 통상 배당주에 호재로 읽힌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배당 성향 개선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1년간 배당금을 기준으로 한 코스피 200의 배당수익률은 2.1%로 과거 10년 평균인 1.8%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주주환원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점차 관련 수치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밸류업 지수 발표 당시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15곳에 불과했던 밸류업 본공시 기업은 한 달도 안 돼 21곳으로 늘었다. 하반기 본공시 계획을 밝힌 기업이 훨씬 많아 연중 50곳 이상이 밸류업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리란 기대도 크다. 여기에 거래소는 내달 밸류업 지수를 거의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 9종, 편입 종목 비중을 일부 조절할 수 있는 액티브 ETF 3종을 상장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배당 성향이 과거 대비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가치 제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배당 성향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는 구간에서 국내 배당주 지수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고, 방어적 시장 대응이 필요한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