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고려아연 '쩐의 전쟁'…'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국민연금 7.83% 지분 보유…국민연금 선택에 승기 좌우
국민연금 과거 고려아연 경영진에 힘…"속단은 일러"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분을 7.83%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영풍(000670)·MBK 연합과 고려아연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이후 임시주주총회 날짜가 결정되면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전망이다. 공개매수를 끝낸 영풍·MBK 연합은 이사회 진입을 위한 임시주총을 준비 중이다.

수책위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원칙)을 위해 기금운용위 산하에 설치한 전문위원회로, 수책위원장이나 수책위원 9명 중 3명이 요청(콜업)하면 기금운용본부는 수책위에 안건을 넘겨야 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책위가 주로 논의를 맡아왔던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건도 수책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MBK연합은 고려아연 지분 5.34%를 얻어 38.47%를 확보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33.9%에 베인캐피탈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목표수량 2.5%와 처분 가능한 기보유 자사주 1.4%를 모두 더하면 최대 37.89%의 지분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얻은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전체 주식이 줄어들면서 양측의 지분은 40%대로 올라가게 된다. 확실한 승자가 없는 만큼 7.83%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지분 경쟁을 거치며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오는 21일 나올 예정인 데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대해 불공정거래에 착수하는 등 변수도 많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말을 아끼고 있다. 김태현 이사장은 18일 국회 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한 질의에 "국민연금이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고려아연의 정기주총에서 현 경영진에 대한 힘을 실어줬던 만큼, 현재로서는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 국민연금은 올라온 17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2022년에는 현재 MBK 연합과 함께하는 장형진 영풍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라며 반대를 던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수책위원 각자가 가지는 생각이 중요해 다수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법원 판단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속단하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MBK가 궁극적으로 고려아연을 매각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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