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1년…"고려아연 더 과열되고, 코스피 더 빠졌다"

공매도 작년 11월 전면 금지…"적정 가격 유도 효과 사라져"
"공매도 금지로 고려아연 주가 과열" 주장도…정부, 내년 3월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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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불법 공매도'를 막겠다며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지 1년 가까이 지났다. 그사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8월 '블랙데이' 등 증시가 출렁거릴 때마다 공매도 부작용이 거론됐다.

당장 공매도가 사라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고려아연은 주가가 더 과열됐고, 지난 8월 폭락장 때는 지수 하락이 더 가팔랐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 9곳에서 2000억 원이 넘는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매도는 다른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매도를 동반해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지만, 유통성을 높이고 시장이 과열됐을 때 적정 가치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지난 1년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분쟁에서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오른 것만 해도 공매도의 과열 방지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 영향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영풍-MBK는 지난달 13일 고려아연(010130)과 영풍정밀(036560)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하며 경영권 분쟁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는 요동쳤다.

경영권 분쟁 전 55만 6000원이던 주가는 공개매수 시작 후 하루 만에 11만 원 오른 66만 6000원을 기록하더니 지속 상승해 지난 18일 82만 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달이 약간 넘는 기간에 48.2%나 오른 셈이다.

고려아연의 캐스팅보트로 불린 영풍정밀은 변동 폭이 더 심하다. 지난달 12일 9370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이달 7일 3만 67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 매수가 실패하자 18일에는 2만 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점 대비 38.3% 하락했다.

만약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면 주가가 과열되기 전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이 정도 가격까지 과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락 때도 빌려 판 주식을 갚기 위한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하방을 지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블랙데이 때 공매도가 있었다면 주가 하락을 방어했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코스피는 8월 2일과 5일 각각 3.65%, 8.77% 급락하며 '블랙데이'를 연출했다. 지난달 4일에도 3.15% 하락했다.

공매도가 있으면 앞서 빌려 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주식 매수에 나서야 했다.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인 것처럼 말하지만, 오히려 주가가 과열되거나 급락 때는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공매도가 있었다면 특정 종목의 주가 급등이나 급락 폭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정부는 고심 끝에 내년 3월 말부터 공매도를 다시 시행할 계획이다. 대신 기관과 법인투자가가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일부에서는 공매도 준칙제 도입이 거론된다. 예로 주가가 연중 최저점보다 25% 더 하락할 경우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도 고심이 깊다"며 "준칙제 등 다양한 방안을 도마에 올려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