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회심의 디딤펀드…노후 준비의 '디딤돌' 될까

디딤펀드 릴레이 간담회에 'AI·분산투자·수익률' 등 차별화 경쟁
"운용사별 차별화 가능…성과 따라 디폴트옵션 승인 가능"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업계가 뭉쳐 만든 '디딤펀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의 공동브랜드이지만 각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수익률을 내느냐에 따라 향후 업황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 25곳의 대표가 모여 '디딤펀드 출범식'을 연다. 지난달 25일 디딤펀드 공동출시 이후 각 운용사가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각사 대표들이 모여 책임운용에 대한 의지를 표하는 자리다.

디딤펀드는 금융투자협회와 지난해부터 준비한 자산배분형 밸런스펀드(BF)형 공동브랜드다. 디딤펀드는 현재 은행예·적금에 쏠린 퇴직연금액을 펀드 시장으로 가져와 실질적 노후 준비를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가입자 중 약 87%는 '초저위험' 상품인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해, 1년간 수익률이 평균 3.47%에 그쳤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보다 높은 목표수익률과 자산배분전략을 내세우며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자산운용이 기존 상품을 변경해 출시한 '신한디딤글로벌EMP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해외주식, 국내채권, 대체자산 투자를 통해 연간 물가상승률보다 3% 이상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국투자운용의 '한국투자디딤CPI+펀드'는 미국 성장주와 국내 채권에 투자해 물가상승률 +4.5%를 제시했다. 최소 7%대 수익률을 내겠다는 목표다.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주식혼합형 유형 중 3년 수익률 31.1%, 1위 상품을 리모델링해 '삼성디딤밀당다람쥐글로벌EMP' 펀드로 출시했다. AI퀀트모델로 자산을 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자산운용의 '우리디딤 미국테크와바이오증권투자신탁' 펀드는 미국의 테크·바이오·헬스 펀드 등에 투자한다. 주식투자비중은 40%, 채권비중은 60%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정책금리 대비 5% 넘는 목표수익률을 내세웠다.

이외에도 유진자산운용은 '연금특화자문사와의 협업', DB자산운용은 '최소요구수익률 회사채(BBB-이상) 3년+1%' 등을 내세우고 있다.

관건은 각 운용사가 각 디딤펀드 상품들로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지다. 퇴직연금계좌를 100% 투자할 수 있음에도 기존 시장에 출시된 자산배분펀드와 차별화되지 않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ETF시장보다 관심이 적은 것도 걸림돌이다.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점도 우려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디폴트옵션으로 승인받으면 은행 창구로부터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적격 상품이 타깃데이트펀드(TDF)로 구성돼있고 BF유형은 적은 상황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디딤펀드의 강점에 대한 기대도 있다. 디딤펀드는 주식 비중 50%, 투자부적격채권을 30% 미만으로 설정돼 안정적인 한편, 퇴직연금계좌의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디딤펀드의 안정적인 운용성과가 전국민의 노후자산 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디딤펀드는 변동성이 낮으면서 꾸준히 우상향 하는 성과를 기대하기 좋다. 각 운용사의 자산 배분에 따라 실적도 달라질 수 있다"며 "디폴트옵션이 TDF 중심으로 짜인 현 제도적 한계가 보완된다면 더 기대해볼 만하다"이라고 했다.

운용사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제다. 디딤펀드의 경우 새로 출시한 15곳 중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초기 설정액 200억 원을 끌어온 흥국생명을 제외한 14곳의 펀드 설정액은 14억 원에 그쳤다. 다만 기존 상품을 변경한 운용사의 디딤펀드 설정액까지 모두 합치면 약 948억 원으로 집계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딤펀드의 트랙레코드가 축적되고 공신력을 얻어야 디폴트 옵션에 들어갈수 있다"며 "디딤펀드라는 이름으로 단시일 내에 성과가 입증된 BF를 만든다면 퇴직연금이 쓸 수 있는 재료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용사들이 자기의 실력을 보이고 수익률 성과로 경쟁할 수 있는 상품으로, 시간이 지나면 변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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