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 논란에도 속속 동참…밸류업 공시·자사주 소각 잇따라

롯데쇼핑·강원랜드 비금융권도 참여…자사주소각 지난해 대비 14곳↑
연말 리밸런싱 기대감에 금융株 '들썩'…"중장기적 효과 기대"

(한국거래소 제공) /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에 대한 논란에도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공시 및 자사주 소각 공시가 늘고 있다. 거래소가 올 연말을 비롯해 정기 구성종목 변경(리밸런싱)을 예고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24일 이후 이날까지 2주간 10곳의 상장사가 기업가치제고계획 또는 기업가치제고계획예고 공시를 올렸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고려아연을 제외하고는 2주간 △JB금융지주(175330) △애경케미칼(161000) △AK홀딩스(006840) △애경산업(018250) △제주항공(089590) △롯데렌탈(주)(089860) △기업은행 △강원랜드(035250) △롯데쇼핑(023530) 등 9곳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중 JB금융지주는 지난달 24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5%까지 끌어올리고 주주환원율은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역시 4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JB금융지주의 주가는 공시 이후 이날까지 4% 이상 올랐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기대하지 않았던 비(非)금융권의 밸류업 공시도 눈에 띈다. 이번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에서 다양한 산업군이 포함된 영향으로 보인다.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100종목은 금융·부동산 10종목 외에도 △정보기술 △산업재 △헬스케어 △자유소비재 △소재 △필수소비재 등 8개 분야가 고루 들어갔다.

유통업계 최초로 롯데쇼핑이 지난 11일 주주들에게 최소 주당 3500원을 배당하고 2030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강원랜드도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총주주환원율을 60% 달성하기 위해 2026년까지 자사주를 총 1000억 원어치 매입하고, 배당성향은 최소 50% 이상으로 하겠다고 했다. 또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를 100% 달성하겠다고 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 지난해 대비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상자사들의 자사주 소각 결정 61곳으로 지난해 47곳에 비해 늘었다. 자사주 소각은 상장사의 발행 주식을 소각해 주당순이익을 높여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최근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 및 선정종목 등과 관련한 주요 언론 보도사항에 대해 추가설명 브리핑을 하고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24.9.26/뉴스1

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와 매년 6월 밸류업 지수 정기 구성종목 변경(리밸런싱) 기대감에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11월 중 밸류업 ETF를 출시할 예정이며, 편입 종목에 대한 의문 제기에 연말 리밸런싱도 검토 중이다.

특히 이번 밸류업지수에서 빠진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은 3분기 중 밸류업 공시를 예고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호실적과 높은 주주환원 등 밸류업 기대감에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장중 9만 9000원까지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어닝 시즌에 발표될 밸류업 공시에서 대부분 은행들이 큰폭의 주주환원율 확대 등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할 텐데 공시 이후 밸류업 기대감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밸류업을 통해 기업들의 ROE 제고와 주주환원 노력이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전망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간 우리나라는 주주환원에 있어서 배당성향은 35%를 얘기하면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4%로 사실상 전무했다"며 "주주환원 개념을 제대로 확대돼서 적용하는 게 밸류업의 핵심이고 이런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선진 증시처럼 바뀐다면 핵심은 ROE, 투하자본이익률(ROIC) 등 효율성"이라며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 중인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하기 위해서 자본시장 효율성 제고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6년까지 700위권 상장사들은 밸류업 공시에 적극 참여할 공산이 크다"며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주주환원, 구조조정을 통한 ROE 제고 시 주가가 부양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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