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날린 신한투자증권…지난 7년간 증권업계 금융사고보다 손실 커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TP타워 본사(신한투자증권 제공) ⓒ News1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신한투자증권이 대규모 금융사고를 냈다.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제도 마련에 선도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서다. 손실액 1300억 원은 최근 7년 치 전체 증권사 금융사고 규모보다 큰 수준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LP는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고 유동성을 공급해 ETF가 안정적으로 거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 LP는 본 업무와 관계없는 선물매매를 하면서 손실을 키웠고 이를 스와프 거래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도입에 들어갔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내년 7월까지만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되지만 선도적인 제도 마련에 나선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금융사 임원 개개인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제도를 조기에 정착하겠다며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컨설팅에 착수했다. 이어 올해 1월 준법경영부를 신설했고 4월 책무구조도를 마련했다.

책무구조도 제도 마련 외에도 신한투자증권은 자체적으로 부서장의 내부통제 업무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임원의 내부통제 이행 조치활동을 명확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선도적인 책무구조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줄곧 내부통제를 강조해 왔지만 정작 금융사고를 예방하지 못했고 심지어 금융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2개월가량 지난 뒤 사실을 인지했다. LP가 1300억 원 손실을 낸 기간은 지난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각 업무에 대해 내부 통제를 규율하는 상세한 규정으로, 책무구조도가 제대로 작동했으면 적어도 금융사고 '예방'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통제에 실패한 신한투자증권이 낸 손실액 1300억 원은 최근 7년간 전체 증권사가 금융사고로 입은 손실 규모보다 크다.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7년 동안 발생한 증권사 금융사고는 47건으로, 1113억 3300만 원 규모다.

한국기업평가는 "최종 손실규모와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고에 따른 제재로 영업활동이 위축될 경우 사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은 전날 신한투자증권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위 간부 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각종 횡령,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가운데,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감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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