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반도체 투심 약화…위기의 삼성전자[종목현미경]

한 주 동안 1.58조원 던진 외국인…기관도 6365억 순매도
10개월 만의 '6만전자'…"3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 하회 전망"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외국인들의 줄매도에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6만전자'로 내려갔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엔비디아발 반도체 악재 탓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대비 한주간 5400원(7.27%) 하락하며 6만 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6만 9000원 아래에서 거래를 마친 건 지난해 11월 1일(종가 6만 86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중 6만 8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약세는 지난달에 이어 돌아온 미국 경기침체 우려 및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성장성 우려 때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2포인트(p)를 기록하며 시장전망치(47.5p)를 하회함과 동시에 5개월 연속 위축세를 지속했다.

이어 5일(현지시간)에도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민간고용 지표가 지난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며 증시 불안감을 재차 키웠다.

엔비디아의 '반독점 조사' 소식과 반도체·AI 거품론도 반도체 투심에 악영향을 미쳤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를 상대로 반독점 관행 조사를 위한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엔비디아는 '법무부의 소환장을 받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주가 반등에는 실패했다.

JP모건·블랙록 등 월가에서도 AI의 수익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한 주간 11.6% 떨어졌으며,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같은 기간 6.44% 하락했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하락에 관한 뉴스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 폭락 여파로 오전 9시 16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700원, 2.34% 내린 7만 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6% 넘게 하락하며 15만 원대까지 내려갔다. 2024.9.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같은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투심이 약화되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매도세가 나타났다.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 5824억 원 순매도했다. 지난 2일 하루 1377억 원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면, 3일부터 6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같은 기간 6365억 원 순매도했다. 개인만 2조 1520억 원 순매수했다.

이같은 흐름에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주가 회복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8조 9000억 원, 11조 1000억 원으로 시장전망치를 6%, 19%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진한 B2C 수요, DS(반도체) 상여 충당금, 매모리 재고평가 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 축소 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기존 11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하향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AI 관련 제품에 대한 실적 효과는 오는 2025년부터 확인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PC·모바일 범용 수요에 대한 더딘 회복세는 단기 실적 증가 기울기를 약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범용 수요 불확실성 해소 및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고용량 eSSD 실적 효과 가시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자체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 최근 반도체 업종 주가 급락은 산업 펀더멘털에 근거한 것이 아닌 매크로 발 공포심에 기인한 투매 성격에 가깝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 의지는 투자의 적시성이 우선시됨에 따라 매우 확고하고, 디램 공급은 업계의 생산능력(Capa)와 공정 전환속도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크게 증가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