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Bye 코리아'…8월 이후 삼전·하이닉스 5조 '폭풍 매도'

'경기 침체 공포+AI거품론'에 8월 이후 4.76조 순매도
변수는 경제 상황·연준 금리 인하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경기 침체(Recession)' 공포가 확산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시장을 떠나고 있다. 대폭락이 있었던 지난달 이후 4조 8000억 원 가까이 처분했다.

특히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5조 원 가까이 폭풍 매도하며 '6만전자', '15만닉스'로 끌어내렸다. 한국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7609억 원을 순매도했다. 1월부터 7월까지 24조 1166억 원을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정반대 행보다.

금융위기급 폭락이 나타난 지난달 5일에만 1조 5198억 원을 처분했다. 같은 달 2일 급락 때도 8449억 원을, 지난 4일 '검은 수요일'에는 9886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이후 개인이 5조 7530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폭풍 매도에 코스피 지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 기간 8.7% 하락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반도체주(株)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를 3조 6704억 원 처분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1조 2326억 원 팔았다. 두 종목에서만 5조 원 가까이 순매도한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8만 6000원(시가)에서 6일 6만 8900원(종가)으로 19.9%나 급락하며 6만전자로 주저앉았다. SK하이닉스도 20만 1500원에서 15만 6400원으로 22.4% 하락하며 도로 15만닉스가 됐다.

이외에 기아(000270)(4235억 원), 네이버(035420)(3722억 원), 하나금융지주(086790)(1708억 원), 셀트리온(068270)(1462억 원), 한미반도체(042700)(1453억 원) 등을 대거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이탈은 경기 침체 리스크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거품론이 작용했다. 글로벌 증시도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달 이후 일본 닛케이225는 6% 이상, 상해종합지수는 5% 넘게 내렸다. 미국 나스닥지수도 2.9% 하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타격이 더 컸다. AI 반도체주에 대한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엔비디아가 8.8% 떨어지자, 외국인이 그동안 많이 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원 환율 급락이 겹치면서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한 외국인 매도도 몰렸다. 1달러에 1380원일 때 산 주식을 1320원대에 팔면 환 손실이 발생한다.

남은 관건은 경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긴축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도 변수다. 미국 금리 인하 폭에 따라 외국인들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월가의 투자은행 JP모건은 5일(현지시간) "노동시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어 연준이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며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9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추가적인 급락보다는 바닥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중국과 미국 경제지표, 엔화 흐름 등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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