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의견=테러' 에코프로 형제의 몰락…부정적 보고서 '예삿일'

에코프로비엠, 7~8월 보고서 3891건 중 유일한 '매도 의견'
에코프로와 나란히 14개월 만에 70%대 하락…연중 최저가 경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매도(Sell) 의견 근처에만 가도 개인 투자자들의 민원이 쏟아졌던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 이제는 부정적인 보고서 발간이 예삿일이 됐다. 최근 나온 유일한 매도 의견 보고서도 2차전지, 사실상 매도 의견인 중립·보유(홀드) 의견도 대다수가 2차전지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8월 발간된 증권사 종목보고서(요약·영문·삭제 제외) 3891건 중 유일하게 투자의견 '매도'를 받은 종목은 에코프로비엠(247540)이었다.

이 기간은 에코프로비엠은 투자의견 '홀드'(15건)를 가장 많이 받은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가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특성상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홀드'는 사실상 매도 자제, 매도 권고 수준으로 읽힌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주요 2차전지 관련 종목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줄줄이 목표가 상향 보고서를 받았다. 모회사인 에코프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폭풍 매수'가 이어졌고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증권가에선 밸류에이션 부담을 이유로 하반기부터 목표가 하향과 홀드 의견을 동시에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몇 2차전지 투자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2차전지주 인기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에코프로에 대해 하나증권 연구원이 매도 보고서를 내자 그를 직접 찾아가는 일도 있었다. 물리적인 충돌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보고서가 예삿일이 된 상황이다. 지주사 역할인 에코프로에 대한 보고서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에코프로비엠의 보고서는 '목표가 하향' 일색이다.

특히 지난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관련 보고서가 쏟아졌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매출액은 80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6.6% 줄어든 3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135억 원이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들은 그 이유로 업황 부진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주로 꼽았다.

매도 보고서를 낸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가 조정될 경우 실적과 주가 밸류에이션도 달라질 수 있다"며 "지난해 7월 고점 형성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기차 시장 수요 성장세 둔화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다수 완성차 OEM 업체들의 중장기 전기차 전환 계획이 연기되고 있고,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IRA 법 폐지로 전기차 전환 속도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주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7월 28일 장 중 최고 58만 40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6일 연중 최저치인 15만 7500원까지 내리며 약 1년 2개월 만에 73%가량 빠졌다. 5분의 1 액면분할 이후 기준으로 같은 날 30만 7800원이었던 에코프로 주가도 52주 최저가인 7만 7800원까지 빠지며 약 75% 하락했다.

한편 지난 7~8월 발간된 종목 보고서 중 매수(Buy)가 3638건(93.49%)으로 대부분이었으며 홀드는 249건으로 6.39%를 차지했다. 이외 △강력 매수(S/Buy) 2건(0.051%) △비중 축소(U/Weight) 2건(0.051%) △매도(Sell) 1건(0.025%) 순이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