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이탈한 서학개미…기술주 투심은 여전[서학망원경]

2분기 실적 앞두고 한 달간 2400억 순매도…AI 거품론·실적 리스크 영향
반도체·나스닥 ETF 8000억 순매수…엔비디아 발표 후 540억 재유입

대만 타이베이 컴퓨터 전시회에 전시된 엔비디아 사의 로고다. 2017.05.30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달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여전히 빅테크(대형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떠났던 엔비디아 투자자들도 실적 발표 후 돌아오는 모습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1억 7898만 달러(2397억 원) 순매도했다. 27억 1924만 달러(3조 6405억 원)를 사들였지만, 28억 9823만 달러(3조 8793억 원)를 팔았다.

이에 엔비디아 보관 금액도 117억 9120만 달러(약 15조 7778억 원)로 테슬라(121억 3623만 달러·16조 2395억 원) 밑으로 내려갔다.

앞서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1~7월 엔비디아를 12억 8438만 달러(1조 7199억 원) 순매수, 전체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서학개미들의 전폭적인 애정을 받았던 엔비디아였지만 실적발표를 앞두고 투심이 주춤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붐 선두 주자로 급등했으나 최근 들어 시장에 거품론이 불거지며 상승 폭이 줄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는 상회했으나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

지난주 30일 반등엔 성공했으나 28일(-2.10%), 29일(-6.38%) 연일 하락하며 120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하는 중이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기술주에 대한 투심은 사그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 상품으로 이동해 엔비디아 실적 리스크를 피한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한 달 동안 3억 9176만 달러(5239억 원) 순매수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수익률을 1배로 추종하는 'INVESCO QQQ TRUST SRS 1 ETF'는 2억 1838만 달러(2922억 원) 순매수로 2위를 기록했다.

떠났던 엔비디아 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실적 발표 이후인 29일~30일 해외 주식 투자 순매수 1위는 엔비디아가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단 이틀간 엔비디아 주식을 4017만 달러(538억 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AI 산업에 대한 불안감을 오히려 진정시켰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 생각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 실적 추세나 AI 사이클에는 별다른 훼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