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두산 구조개편 또 제동…"미래수익 모형-시가 기준과 비교해야"(종합)
"현금흐름 할인법·배당 할인법 등 미래효익 모형과 시가평가 비교해야"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이복현 금감원장 연일 비판 목소리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금융감독원이 26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증권신고서 2차 정정 요구를 했다. 두산(000150)그룹이 직전 증권신고서에서도 두산로보틱스(454910)와 두산밥캣(241560) 합병 비율을 동일하게 고수하자 압박 강도를 또 한 번 높이는 모습이다.
이날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가 철회된다.
두산로보틱스가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정정요구일로부터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정정신고서가 제출된 경우 그날부터 수리돼 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재기산된다.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검토 결과 의사결정 과정 및 내용, 분할신설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 금융감독원의 요구사항에 대한 보완이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정정요청을 통해 구조개편 관련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 및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조개편을 논의한 시점과 검토 내역, 그간의 진행 과정, 거래시점 결정 경위,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분할신설부문(두산밥캣 지분 보유)의 수익가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모형을 준수한다며 현금흐름할인법, 배당할인법 등 미래 수익에 발생하는 효익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평가방법과 비교할 것 등을 요구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법인과 신설법인(투자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다음, 신설법인은 두산밥캣 지분 46%를 품고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주주들이 보유한 두산밥캣의 나머지 지분 54%는 향후 두산로보틱스가 발행할 신주와 교환,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만드는 계획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보내며 교환 비율을 현재 시장 가격으로 정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15일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합병 비율은 원안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정된 시가 기준 합병 방식으로 비율을 정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이달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금이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그룹 계열사 합병에서도 시가보다 공정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불만이 있으면 사법적 구제를 요청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은 젠슨 황이라든지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와 기업 목표를 설명하는데, 두산 경영진들은 투자자들에게 그런 노력을 하셨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한 "현재 제출된 증권신고서로는 (실질적 목적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완 요청을 한 것"이라며 "기업의 구조개편은 투자자들이 합병에 찬성할지, 주식을 팔고 나갈 것인지, 이번 합병이 어떤 의사결정을 거친 것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회사가 정정신고서 제출 시 동 정정요구 사항이 충실히 반영되었는지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며 "투자자께서는 금번 정정요구에 따라 제출될 증권신고서의 기재 내용과 향후 일정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eungh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