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폭 큰 '반도체' 비중 줄여라"…센터장 긴급 진단[검은 금요일]③

美 경기침체 우려에 삼전·하이닉스 급락…"'추세 하락' 단정 어렵다"
방어주 위주 재편 추천…"반도체 사이클은 지속" 저가매수 의견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문혜원 기자 = 코스피가 약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 침체 공포에 뉴욕 증시에서 빅테크 종목이 급락하며 국내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가 폭락하자 지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급락이 증시 전반의 '추세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볼 순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빅테크주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주 비중을 줄이고 방어적 성격을 가진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것을 권했다.

4일 <뉴스1>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인에게 증시 급락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요청한 결과, 이들은 △미국 경기둔화 우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엔비디아 급락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나 자산에 투자) 청산 △중동 지역 정치 불안 등을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 부진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부진의 연파가 금리 인하 전망과 결합해 경기 둔화·침체 우려로 확산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간 AI 거품론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며 엔비디아가 급락한 점도 국내 증시와 반도체주의 폭락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시 '추세하락' 단정 어려워…엔비디아 실적·지표 발표 살펴야"

리서치센터장들은 증시가 '추세 하락'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 들어 경기둔화 신호가 관찰되기 시작했으나, '경기 침체'를 정의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기준상 가계조사 고용을 제외한 어떤 지표의 후퇴도 없다"며 "몇 개 지표 만으로 위험이 임박했다고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잭슨홀 미팅,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내용까지 발표돼야 증시 향방을 판단할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주의 경우에는 이달 2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8월까지는 '불편한 기간'(증시 하락)이 피크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실물 지표들의 회복 구간과 반영 기간이 좀 더 있고, 9월 금리 인하 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단기 급락 이후 회복 기간은 최소 한달 정도가 소요될 것"며 "반등 시기는 기업 실적 발표 마무리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로 예상되나 V자형 반등보단 새 주도주 출현 이전까지 횡보하는 모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줄이고 방어주 등으로 재편"…일각선 '저가매수' 추천도

당분간 진폭이 클 수 있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종목으로 투자하라는 것이 리서치센터장 다수의 의견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교적 방어적인 성격이 있는 종목이나 배당 매력이 있는 종목을 추천한다"며 "(지표 발표가 남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지수가 빠지더라도 주가가 덜 빠지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유종우 센터장은 "반도체, 2차전지 등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방산이나 음식료, 유틸리티 등 저베타 퀄리티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예전에 '차화정'을 중심으로 강세장이 이어지다가 사그라든 뒤에는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가격 대비 저평가된 주식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주도주 변화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조선, 기계, 방산, 제약·바이오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말했다. 김형렬 센터장도 "반도체 비중이 높을 경우 조선과 은행 업종으로 리스크 헤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도체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 아닌 만큼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도 유효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급락은 경기·실적과 같은 '체력 변수'가 아닌 유동성과 쏠림에 따른 되돌림, 노이즈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반도체의 경우 과거 사이클 고점에서 주가는 50% 수준 조정을 반복했다"며 "현재 반도체 사이클의 고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주가는 가격 매력이 분명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승현 센터장도 "반도체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밸런스가 SK하이닉스, 소부장 위주였다면 전자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