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흔들렸던 7월…'바이오株'는 빛났다

트럼프 트레이딩·AI 거품론에 반도체 '흔들'
바이오는 상승세…금리인하·실적개선에 긍정 전망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코리아에서 관계자가 의약품 1차 포장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박승희 기자 = 상반기 증시 강세를 이끌던 반도체 종목들이 7월 중순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 대형 기술주 조정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바이오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이달 주목할 업종으로 제약·바이오주를 꼽았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빅테크 종목들은 7월 11일을 기점으로 급락 반전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5931.833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30일 4890.151까지 17.56% 급락했다. 미국발 악재에 같은 기간 KRX 반도체 지수는 12~31일 13.97%, 코스피는 4.17% 내렸다.

반도체 종목들이 급락한 것은 미국 대선, 특히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가 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를 견제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반도체주 불확실성이 커졌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피해주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가 급락했다.

반도체주를 뒷받침했던 인공지능(AI) 시장 거품론도 악영향을 미쳤다. 대규모 투자로 기대감을 키웠지만, 기대만큼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진 않은 탓이다. 테슬라는 이달 공개하기로 했던 로보택시를 10월로 연기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출시도 내년으로 미뤘다.

그 사이 제약·바이오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셀트리온 등 75개 종목을 포함한 KRX헬스케어 지수는 이달에만 15.44%올랐다. 코스피·코스닥 우량 종목 300개 중 제약·바이오 대표기업 37곳을 포함한 KRX300 헬스케어는 7월에만 16.56% 올라 KRX 지수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주가등락률 상위 10위에도 바이오주가 5개나 올랐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58.42%) △진원생명과학(011000)(53.9%) △현대약품(004310)(50.14%) △에이프로젠(007460)(46.57%) △대웅(003090)(42.86%)이 나란히 2~6위를 차지했다.

제약·바이오주의 실적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분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며 컨센서스를 상향했고, 1조 46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 등 총 7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했다. 셀트리온(068270)의 경우 짐펜트라의 PBM 처방목록 등재와 실적확인을 앞두고 있다.

증권사에서도 '반도체 쏠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권하는 한편,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색깔은 바뀔 것으로 보이고, 반도체의 비중 확대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서 "8월에도 다른 업종들로 포트폴리오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이 수요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트럼프는 경쟁을 유도해 약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으로, 바이오시밀러 비중이 높고 10년 투자 끝에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국내 헬스케어 업종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도 "7월부터 섹터 내 대형주들이 금리 인하, 트럼프 트레이팅 등 우호적인 매크로 상황에 더불어,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이 개선돼 유의미한 주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코스피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의 리레이팅을 기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오주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KRX 바이오 TOP10 지수는 전고점 저항에 직면한 상황으로 중장기 추세반전 가능성 확대 중이지만, 단기 등락은 감안해야 할 시점"이라며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과열 및 밸류에이션 부담 해소 이후 변동성 활용한 분할매수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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