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서학개미에 러브콜"…정부, 밸류업 세제 보따리 푼다
법인세 세액 공제·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주주환원 '밸류업' 촉진
기업 상속 부담 줄이고 ISA로 국내 투자 지원…"시장가치 제고"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촉진과 투자자 유인 제고를 위한 세제 보따리를 풀기로 했다. 기업 가치 제고로 저평가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민 자상형성까지 돕겠다는 계획이다.
"국장은 답이 없다"며 미국 증시로 빠져나간 서학개미들 다시 불러오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혜택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법인세 세액 공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주주환원 촉진 세제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또 할증 평가 폐지 등 상속·증여세 완화를 통해 최대 주주와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도 확대해 투자자 유입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가 자본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은 국내 경제 성장에 한계가 보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자본과 노동 투입량에 의존해 2000년대까진 고성장했으나, 201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고점에 다다르며 노동의 성장 기여도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자본의 성장 기여도도 저축률 감소, 해외 직접 투자 증가에 따라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 3000을 쉽게 넘지 못하는 박스권에 지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라는 것이 정부 진단이다. 특히 낮은 주주환원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 시 국내 주주 환원 수준이 크게 낮아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4~2023년 기준 평균 주주환원율은 선진국, 신흥국이 67%, 38%였는데 우리나라는 2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주가는 박스권을 뚫지 못하고, 투자 유인도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세법 개정을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밸류업 자율 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는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금액 5% 초과 증가분을 공제한다. 세액공제 대상이 된 기업의 개인주주들 역시 현금배당의 일부를 저율 분리과세 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대 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최대 주주 할증평가'도 폐지한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인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내 기업 특성상 '승계' 절차를 앞둔 기업이 많은데, 기업 가치(주가)가 높아지면 기업을 물려줄 때 필요한 자금과 세금이 늘어 반기지 않았던 탓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밸류업과 스케일업 우수기업에 공제 한도를 확대한다.
집 나간 동학개미를 불러오기 위한 지원책도 강화했다. ISA 세제 지원 확대가 그것이다.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을 일정비율 이상 편입한 국내 주식형 펀드를 대상으로 한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했다. 참여대상을 늘리기 위해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체 ISA의 납입한도를 연 2000만 원(총 1억 원)에서 연 4000만 원(총 2억 원)으로 두 배 확대한다. 비과세 한도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면, 해외로 떠난 동학개미를 불러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만연해진 '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이 낫다'는 인식은 한국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며 "주식시장의 가치가 높고,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우호적으로 생각해야 신성장 분야에 투자할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자본을 쉽게 많이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 개정을 전제로 한 만큼, 정부 세법 개정안에 따른 효과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한 밸류업 세제 혜택은 비교적 정치적 주목도가 떨어지지만,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일부 방안의 경우 '부자 감세'라는 여권 의원들과 정부가 팽팽하게 각을 세우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연내 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기업가치 제고 세제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국회에서 통과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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