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성장 vs 투자자 보호'…딜레마에 빠진 '기술특례상장' 어쩌나

[기술특례상장, 이대로?]④'기술성' 평가 기준 강화해야
주가 공모가 대비 절반 53%…재무성과 보완·증권사 책임 강화해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수련 김정현 문혜원 기자 = '혁신기업 성장 vs 투자자 보호'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둘러싼 딜레마다. 일정한 기술력과 성장성만 갖추면 코스닥 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은 알테오젠(196170)처럼 성공적인 혁신 기업을 배출해낸다. 당장 기술은 있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돈줄' 역할을 하며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기술을 갖췄다고 해서 기업의 성공까지 보장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안정적인 재무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만큼, 실적부진과 주가 급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공모가 뻥튀기 논란이 있었던 '파두(440110) 사태' 등에서도 투자자들은 손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기술특례상장 기업 부실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술성 역량 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상장주관사인 증권사의 정보 제공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AA·BB만 받으면 된다?…'기술성' 평가 강화해야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따라 상장 기업이 일정한 기술력과 성장성만 확보한다면 최소 재무 요건(자기자본 10억 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 원 이상)으로 상장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기술력을 보고 투자하는 만큼, '기술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 보고서에서 "상당수의 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 후 장기간이 지나도 재무성과가 크게 개선되지 않아 기술력에 의존해 주가성과를 내고 있다"며 기술성과 공시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술성 특례의 경우 2개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 또는 BBB 이상 등급만 받으면 된다. 지난 정부에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업종 기업에 대해서는 한 곳에서의 기술평가로도 기술특례상장을 가능하게 하는 등 요건이 계속 완화돼 왔다. 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심사 기준을 더 이상 낮추기는 부담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문제는 기술특례상장 기준을 너무 완화해 '상장'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까지 상장시키는 것"이라며 "진짜 기술이 있고 기회가 필요한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해 9월 제도개선의 일환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25개의 다양한 분야 연구기관을 전문평가기관으로 편입했다. 이들 평가기관들이 기술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평가기관이 지금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기술성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며 "기술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준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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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성·사업성 외 '재무성과' 등 보완장치도 필요

기술특례제도는 기술성과 사업성을 토대로 심사하는 만큼, 미래의 안정적인 재무성과까지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사업성 특례의 경우에는 상장주관사 추천만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어 더욱 완화된 제도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뉴스1>이 지난 2020년 이후 상장한 기술특례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84개사 중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45개사(53%)에 달했다.

특히 상장 후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연 매출액이 10억 원에도 못미치는 기업도 17개사나 됐다. 대부분 상장 당시 훨씬 높은 예상 매출액을 제시했으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기술특례제도 심사 당시에도 '재무성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술특례제도는 자본금 요건으로 인해 발목 잡히는 기업들을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지 기술이 있다고 재무적 성과 등을 면제해주는 취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아니라 기술이 상용화됐을 때 얼마만큼의 현금 흐름을 창출해 기업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두 본사 모습. 2023.11.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공모가 절반 수두룩"…주관사 책임 강화해야

거래소는 기업특례상장 심사 시 기업 가치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다. 이에 기업가치를 판단해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해 최근 3년 이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조기 부실화하면, 해당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 상장 주선 시 풋백옵션을 부과하는 등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주관사가 상장 기업의 공모가격 산정을 하는 만큼 기업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산업별, 업종별 애널리스트들이 업계를 분석하고 기술특례기업의 적정주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주관사들이 공모가격 산정에 있어서 본질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춰야 제도의 실효성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주관사가 기술 가치를 높이고 싶어서 또는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뻥튀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관사가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어떤 방법을 통해 공모가격을 책정했는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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