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 팔기도 전에 돈부터 받은 증권사"…금감원 '위법성' 들여다본다

BBB 등급 팔며 '사전청약' 명목 증거금 받아…'투자자 니즈' 주장
신고서 수리 전 판매·위험성 설명 미비 '위법'…영업실태 검사 진행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박승희 기자 = 증권사들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회사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리 증거금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크본드에 가까운 비우량채를 규정에 없는 '사전 판매'로 팔아 증권사가 떠안을 수 있는 리스크는 줄이고, 판매 수수료를 받아 챙긴 셈이다. 불완전 판매에 공시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부터 약 2주간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를 대상으로 리테일 채권 영업 및 판매 과정 전반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들 증권사는 정크본드에 근접한 BBB급 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채권 판매 전 투자자들로부터 증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판매의 경우, 증권사가 먼저 발행업체에 증거금을 주고 물량을 인수한 후 내부 공유계정에 담아야 한다. 이후 기관 또는 개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증권사는 비우량 채권 판매 과정에서 부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해당 증권사는 물량 인수 전 투자자로부터 증거금부터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지 못하는 회사채 수요 예측을 대행해 준다며 증권신고서가 수리되기 전 홍보 후 증거금을 미리 받는 식이다.

이 경우 컴플라이언스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리스크 없이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증권사는 위험 없이 판매수수료만 챙기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낸 최소 증거금은 10억 원대로 알려졌다

판매된 채권의 신용 등급은 BBB 또는 BBB+ 등 고위험 채권들이다. A와 A+ 채권도 있지만, 후순위채다. 이들 채권 모두 투자 가능 등급이지만, 비우량 채권이라 위험이 높다. 특히 BBB 채권은 투자등급 하위에 위치해 투기등급과 가깝다.

판매 증권사는 투자자 수익률을 높이고, 증권사 손해를 막기 위한 '사전청약'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다. 특히 투자자 요청사항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 증권사 주장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선(先)판매 방식이 문제가 될 순 있으나, 부당 권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러한 영업 행위가 불완전 판매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채팅방에서 영업이 이뤄지며 위험도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단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당장 피해자가 없더라도 회사채 부도나 등급 하향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홍콩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같은 위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라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계약을 무효로 돌리긴 어렵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투자성 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권은 계약서류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만 행사할 수 있다. 피해가 있을 경우 소비자 개개인별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는 방식만 가능하다.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 전 이러한 영업행위를 근절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리테일 채권에 사전판매 방식은 규정된 바 없다. 한 채권운용전문가는 "증권사들도 해당 채권의 위험성을 아니까, 아예 입찰 증거금 자체를 고객들에게 받은 돈으로 해 위험을 피한 것"이라며 "순수하게 판매 수수료만 떼먹기 위해 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 공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진행 중인 금감원 조사를 통해 위법성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신고서 수리 전 청약 및 청약 권유를 할 수 없도록 한다. 공모 채권 일정이나 과정처럼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영업하는 것도 금지한다. 리스크가 큰 채권을 투자하도록 권유하면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부당권유 금지의무 등을 위반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확인한 업무 실태를 바탕으로 법 위반 여부를 살필 것"이라며 "현행법상 법을 무시하고 오랫동안 해 온 영업 행위를 '관행'이라고 포장할 순 없다. 정밀하게 점검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