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창업주 딸 70억원어치 주식 다 팔더니…한달 뒤 '늑장공시'

최대주주 시누이, 5월 24일에 50만원대 0.19% 지분 매도
공시는 6월 18일에야…삼양 "28일 인지했지만…"

2024.5.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문혜원 기자 =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열풍에 급등한 삼양식품(003230)의 주가가 뒤늦게 알려진 창업자 일가의 '70억 원대 전량 매도' 소식에 출렁이고 있다.

이미 한달 전에 팔았지만 '늑장 공시'를 하면서 뒤늦게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업자 가족의 매도 시점과 삼양식품의 공시 시점은 무려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창업주 일가의 주식 변동은 삼양식품이 공시할 의무가 있는데 늑장공시에 불성실 신고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전에 겨우 70억 팔았는데…대주주 딸 매도 공시에 잘나가던 삼양 주가 '흔들'

삼양식품은 지난 18일 고(故) 전종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막내딸 전세경 씨(63)가 지난달 24일 전체 지분의 0.19%에 해당하는 보유 주식 1만 4500주를 주당 50만 2586원에 전부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약 70억 원 규모다.

전씨가 주식을 처분한 지난달 24일 삼양식품은 전거래일 대비 2.56% 오른 50만 1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에도 삼양식품의 주가는 지속 상승해 지난 19일 역대 최고가인 71만 8000원을 기록했다. 전세경씨가 판 이후에도 주가가 40%나 뛴 셈이다.

문제는 매도 후 25일 뒤에야 '최대주주등 소유주식변동신고'가 공시돼 삼양식품 주가는 뒤늦게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변경된 그룹 공식명칭을 소개하고 있다. 2023.9.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렇게 영향 큰데" 오너家 주식 변동 신고 기준, 명확한 날짜없이 모호

지분공시제도에서 규정하는 최대주주등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뜻한다. 특수관계인의 범위는 개인인 경우 배우자 및 6촌 이내의 부계혈족 등의 친인척이다.

전세경 씨는 현 최대주주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시누이다. 김 부회장의 배우자인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과 2촌 관계이므로 최대주주등에 해당한다.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등은 주식소유 및 변동을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다만 '지체없이'의 의미가 모호하다. 규정에서는 '지체없이'에 대해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장 빠른 시일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상 주식소유 및 변동일로부터 2~3일 정도 내에 공시되지만, 명확하지 않은 규정 때문에 삼양식품의 사례처럼 뒤늦게 공시하는 사례도 있다.

단, 전체 지분의 1% 이상 변동이 있을 경우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의 보고'(5%룰)가 적용된다. 이때는 5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삼양 "공시 일부러 늦게 한 것 아냐…해외 체류 등으로 시간 걸려"

삼양식품 측은 일부러 공시를 늦게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회사가 전세경 씨의 매도 시점을 인지한 건 지난달 28일"이라면서도 "매도 공시를 내려면 서류 및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전세경 씨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 시차 등으로 인해 소통이 바로 안 된 부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휴무 등을 고려했을 때 12영업일 동안 준비해서 최대한 지체 없이 공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