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밸류업 속도 올릴 것…해외 추가 세일즈 검토"[일문일답]

[정은보號 100일]⑤준비된 기업부터 밸류업 공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빠르면 10개월 내 구축"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한국거래소 제공)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한국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방향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말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이라면서 "기업 밸류업 정책에 속도를 올려 국민의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를 확대하고 자본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자본시장을 레벨업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미래사업본부 신설, 좀비 기업 퇴출 방안,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개발 현황, 코넥스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다음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쯤인가?

▶준비된 기업부터 시작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4개월 뒤 대상 기업 중 13%가 발표했다. 관심 있는 기업이 먼저 예고 공시부터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시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변수도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치화해서 공시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 해결 방안이 있나?

▶목표 수치 제공에 따른 기업 부담 문제가 언론에서 지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측 정보가 꼭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기업의 귀책이 아니다. 목표는 언제든지 여건에 따라 수정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서술로 전하면 된다.

-밸류업 프로모션을 위해서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현지 반응이 어땠나?

▶현재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중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회수한 자금을 어느 지역에 투자할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인데, 한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에 관심을 표명하게 된 동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인센티브 중심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 당국의 세제 지원이나 거래소의 자체적인 지원은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차별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향후 해외 홍보 계획이 있다면?

▶미국과 일본에서 IR을 하고 왔더니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당국자들이 와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설명해달라는 수요가 있었다. 추가적인 해외 IR은 수요를 감안해서 가능한 조기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검토 중이다.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는 기업 기준은?

▶상대적으로 자본효율성이 좋고 주주친화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기업이 소속된 업종이나 산업 성숙 단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특성, 기업의 규모별 특성, 산업별 발전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KRX 밸류업 지수 개발 경과가 어떻게 되나?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만들어서 9월 정도 발표할 계획이다. 펀드는 연말 정도에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좀비 기업 퇴출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2600개 정도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좀비 기업이 퇴출당하지 않고 시장에서 유지되면 투자자금이 묶여있을 것이고 퇴출당하면 다른 투자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원칙에 따른 퇴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용역을 발주하고 정책 당국과 협의 과정을 거쳐 상장 기업의 퇴출을 원칙에 맞게 검토하겠다.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면 주식시장에 있는 자금이 빠져나가 밸류업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상자산은 수익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수익가치 평가모델도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투자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투기자산으로 분류된다. 가상자산 현물 ETF와 관련해서 거래소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에 따른 방향에 부합하도록 거래소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 발표한 '미래사업본부'의 사업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해외 주요 거래소는 위탁매매 중개 수수료 수익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수익원 개발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도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 구축 일정은?

▶10개월에서 1년 정도로 예상한다. 가능하면 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단축만이 능사가 아니고 얼마나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드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코넥스 시장의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는데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가?

▶코넥스를 통해 코스닥이나 코스피에 자연스럽게 이전 상장을 하는 선순환적인 관계가 현재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우 주요 거래소 시장을 '프라임 시장', '스탠다드 시장', '그로스 시장'으로 재편했다. 한국거래소도 코넥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필요에 따라 정책 당국과 협의를 통해 개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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