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도 안되는 데 팔라고?"…'자진 상폐' 추진에 우는 소액주주들
사모펀드, 커넥트웨이브·락앤락 등 공개 매수로 자진 상폐 추진
공개 매수하지만 헐값 논란도…"소액주주 연합 반발"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상장사들의 자진 상장폐지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비상장 종목이 되면 배당을 독차지하고, 기업가치를 부풀려 향후 더 쉽게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공개매수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커넥트웨이브(119860)는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자는 한국이커머스홀딩스이호와 한국이커머스홀딩스로, MBK파트너스가 최대 주주로 출자한 투자목적회사(특수목적법인)다.
매수 가격은 1주당 1만 8000원이다. 전 거래일인 24일 종가(1만 7770원)보다 약 1.3% 높다. 다만 지난 2021년 8월 최고가인 4만 1550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락앤락(115390)도 공개 매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상장폐지를 위한 2차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매수 가격은 8750원으로, 과거 최고가(3만 1965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 거래일 종가는 8720원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관련 법상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와 어피너티 모두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전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95%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주식교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한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할 수 있으며, 지분율이 90% 이상인 경우에는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주식교환이 가능하다.
앞서 한앤컴퍼니가 쌍용C&E에 대해 공개매수 후 지난 4월 23일 자로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을 결의한 바 있다.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자진 상장폐지에 나선 것은 매수 후 기업 가치를 높여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3~5년 후 더 비싼 가격으로 매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공시와 주가 관리 등도 신경 안 써도 되고,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높은 경우 대규모 배당을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공개 매수 가격이 산 가격보다 낮을 수 있다.
대주주가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헐값 매각 논란이 일면서 반발도 적지 않다. 커넥트웨이브만 하더라도 주주들이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서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상장폐지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승조 커넥트웨이브 소액주주 대표는 "사모펀드들이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린 후 상장폐지하고, 3~5년 뒤 기업가치를 올려 재상장하거나 되팔 가능성이 있다"며 "소액주주 지분을 합치면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다"고 소액주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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