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쇼' 꿀잼인데 엔터주는 노잼…봄바람에 찬물 끼얹은 하이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 4대 기획사 시총 14.6조→13.5조원 '뚝'
2분기 기대했는데…인적 리스크 확대·체계 의구심에 투자심리 휘청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4.4.2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엔터테인먼트 종목 주가에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란 기대가 무참히 꺾였다. 국내 엔터 대장주인 하이브 주가가 산하 레이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폭로전에 고꾸라지면서다. 하이브에 대한 실망감이 엔터주 전반으로 번지고, 센티멘털(정서적·감정적 요소)도 훼손되며 투심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4대 기획사(하이브·JYP·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전체 시총은 13조 4586억 9010만 1900원으로 하이브 경영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9일(14조 5759억 1775만 4550원) 대비 7.66%가량 감소했다.

하이브 주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 22일 20만 1500원까지 내리며 지난 19일 대비 12.5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와이지는 4.21% 하락했다. JYP와 에스엠은 이 기간 상승했으나, 하이브 경영진 갈등이 불거졌던 지난 한 주만 비교하면 1.1%, 0.7%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바닥을 다진 엔터주는 2분기 반등을 노려왔다. 지난 1분기에는 아티스트 활동이 많지 않아 실적이 저조했지만, 앞으로는 대형 아티스트 컴백과 신인 데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에스엠에선 NCT드림과 에스파, 라이즈 등 대형 아티스트 복귀가, JYP의 일본 현지 보이그룹 넥스지(NEXZ) 데뷔가 예정됐다. 와이지에선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의 활동이 예상됐다. 하이브에선 르세라핌을 제외한 전체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이 집중되고, 6월부턴 BTS 제대도 시작된다.

실적 호조 기대감에 투심이 회복되려던 찰나, 하이브발(發) 폭탄이 터졌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수장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하이브가 뉴진스의 활동을 지원하지 않고 자신과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하이브는 민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 자료를 냈다.

양측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엔터주 투심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증권가 예상이다. 엔터 업종의 숙명적 리스크인 '인적 리스크'가 이번 일로 아티스트를 넘어 프로듀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민 대표가 뉴진스와 아일릿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멀티 레이블' 체계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멀티 레이블은 아티스트·표현의 확장을 이끌어 엔터 업종의 새로운 사업 방식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당분간 엔터주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싸움이 약 2개월간 지속되며 노이즈를 계속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인적 리스크 확대 및 멀티 레이블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처음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2분기 이후 펼쳐질 모멘텀은 변함없기에 엔터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의견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