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무조건 걸린다"…금감원, '삼중차단' 전산시스템 공개
기관 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으로 거래 과정서 3중 차단
거래소 중앙 시스템 '잔고변동' 상시 탐지…금감원 '겹겹' 단속
- 박승희 기자
"주문 속도 지연 없이 정상적인 거래는 가능하게 하되, 불법 공매도는 무조건 잡아내는 시스템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해 보지 않은 파워풀한 시스템이라고 자부합니다."(금융감독원 관계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금융당국이 구축 중인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의 윤곽이 공개됐다.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를 차지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모든 주문 처리 과정이 전산화된다. 한국거래소는 새로운 자체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상시 탐지한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제2차 열린 토론' 자리에서 이 같은 구축안 내용을 발표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스스로 마련한 잔고 관리 체계로 거래 당시부터 불법 공매도 가능성을 차단한다. 여기에 거래소의 중앙시스템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상시 자동 탐지한다. 금감원의 추가 체크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삼중 검증이다.
우선 기관 투자자들이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 공매도 잔고를 보고하는 모든 기관 투자자(공매도 잔고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의 기관)의 모든 주문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는 것이다. 외국계 21사, 국내계 78사로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비중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다. 해당 체계는 △실시간 잔고 산정 △대차 전담 부서를 통한 차입 신청 △실시간 잔고 반영으로 구분된다. 내부 시스템에서만 3번에 걸쳐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전날 잔고·당일 실시간 매매자료를 반영하기 때문에 잔고 초과 매도 주문에 대해서는 시스템상 자동으로 주문이 거부된다. 보유 수량이 부족하면 대차 전담 부서를 통해 차입해야 하는데, 차입 승인 전에는 공매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차입 확정 건, 리콜 건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잔고 초과 매도 주문이 가능하지 않도록 재차 차단된다.
많게는 20억 원 넘는 구축 비용이 소요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 대부분이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보단 예방이 싸다는 판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BNP파리바·HSBC 등에 265억 원의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아울러 증권사는 정기적 점검을 통해 시스템의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한정해 공매도 주문 수탁을 진행한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를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수탁 증권사들 또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거래소 또한 잔고 변동을 집계하는 중앙 차단 시스템인 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을 도입해 무차입 공매도 상시 자동 탐지에 나선다.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을 전산 연계시켜 거래 정보를 거래소에 전부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상시 탐지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관투자자가 자신의 △매도 가능 잔고 △장외 대차거래 내역 △ATS를 포함한 장내거래 매매내역을 전송하면, 거래소는 이를 전부 더한 매도 가능 잔고를 모든 매도 주문과 상시 비교한다. 이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상시 자동 탐지해 신속하게 제재할 수 있다. 이상 거래 적발 시 금감원도 또 한 번 체크한다.
사후 탐지 시스템이지만 사실상 실시간 탐지가 이뤄진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당국은 사전 탐지 방안도 살펴봤지만, 이 경우 주문 속도가 극도로 지연돼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시스템을 도입하면 무차입 공매도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태까지는 불법이 의심되는 사례만 일부 뽑아 검사하는 '샘플링' 조사였다면, 프로그램 도입 시엔 전수조사가 가능해져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진다.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공매도한 뒤 추후에 차입하는 사례, 업틱룰 회피 목적으로 공매도를 일반 매도로 표기하는 경우도 기존에는 적발이 어려웠지만 NSDS 잔고 정보로 전부 잡아낼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이 가장 절실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시스템 거래소의 자체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행) 근거가 부족해지고, 그렇게 되면 10% 이하로 구현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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