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치 리스크에…증권가 "금투세 도입 하방 압력 높일 것"

4.10 총선 야권 압승…정부 정책 드라이브 제동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 약화 우려…금투세 예정대로

11일 오후 부산 시내 한 도로변에서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역시 당초 계획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일 이뤄진 총선에서 범야권이 300석 중 187석을 차지하며 여권의 참패로 끝이 났다. 2020년 총선처럼 여소야대 지형이 재연된 셈인데,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초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으로 꼽힌 세제 혜택은 국회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야당이 현재 '부자 감세'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주가가 되돌림 현상을 나타내며 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다만 5월에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고 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패배로 대통령실이 인적 쇄신에 나선 만큼 그간 밸류업 정책을 이끌었던 금융당국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실장·수석금 참모 전원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 교체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법인세법)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을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총선 패배로 인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그간 밸류업 정책을 이끌었던 금융당국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내년 도입 예정인 금투세 역시 변수다. 당초 금투세는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여야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은 올초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투세를 부과하면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야당은 당초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서 내년 금투세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대신 야당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간 납부 한도를 총 1억 5000만 원으로 1.5배 늘리는 대신 비과세 한도를 무제한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총선 결과 지금까지의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금투세는 예정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말에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증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총선 결과 밸류업 동력이 조금 약화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달라질 수 있는 요소"라며 "금투세를 도입하고 ISA 혜택을 강화하면서 그쪽으로 자금이 쏠릴 수는 있겠으나 시장에 본질적으로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