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방망이 짧게" 207조 몰린 MMF…총선·美 CPI 이후 향방 정한다

MMF 설정액 188조→207조원대까지 늘어…예탁금·CMA 최근 증가
금투세 등 정책 변동성·금리 인하 '촉각'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국내외 이슈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 관망세도 뚜렷하다. 변동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 자금으로 자리를 옮겨 장세를 지켜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10일 총선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대기자금의 증시 유입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 8일 기준으로 206조 5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88조 원 중반대 수준이던 MMF 규모는 이달 들어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5일에는 207조 6472억 원까지 늘어난 바 있다. 개인형 MMF도 지난 2022년 10월 말 이후 최대치인 16조 5597억 원(8일 기준)을 기록했다.

MMF는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 만기 1년 미만 채권과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정 부분 수익을 얻으며 언제든 환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객이 주식 매수를 위해 투자 매매·중개업자에게 맡긴 돈인 투자자 예탁금, 증권사가 투자자 예탁금 활용해 단기간 투자에 운용하는 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함께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으로 거론된다.

이달 들어 MMF 외 대기자금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일 55조 9333억 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5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1일에는 59조 6299억 원을 찍으며 60조 원을 넘보기도 했다. CMA 또한 8일 기준으로 81조 6101조까지 늘었다. 지난달 말 70조원 중반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추세다.

증시 대기 자금이 늘어난 것은 눈치 보기 장세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는 등 국내 증시의 매력도는 높아졌지만, 최근 들어 변동성 우려는 커진 상황이다. 미국 경제에 견조한 경제 지표가 이어지면서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 변동이 있을 수 있어 증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장세도 박스권에 갇혔다. 지난 1월 중순 2420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발표를 추진력으로 지난달 26일엔 장 중 2779.4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등락을 거듭하며 하락세를 탔다. 총선을 하루 앞둔 전날엔 2705.16으로 2700선을 겨우 지켰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를 소화한 뒤에야 대기자금 투자처가 정해질 것으로 봤다. 총선의 경우 여당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야당은 금투세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연되면서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선호도 줄어들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야권에서 200석 이상 차지할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행력, 추진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고 "여당이 15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가 다시 한번 커지면서 저PBR주들의 분위기 반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심리적 변동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금리 상승과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확률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전월치보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나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더라도 연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한 숫자고, 혹여나 시장 예상치 상회할 경우에는 시장에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