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잡은 사람은 누구?"…총선 닷새 앞두고 주춤한 정치 테마주

화천기계 7거래일 연속 내리고 동신건설 상승분 절반 반납
오른 덕성도 최고가 회복 못 해…"수급 장세에 상투 잡을 위험"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 테마주 오름세가 꺾였다. 앞서 정당 지지율이나 인물 개별 이슈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치던 종목이 최근 들어선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일부 상승 전환한 종목도 있지만, 앞서 기록한 최고가를 회복하진 못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닌 개인 수급에 좌우되는 정치 테마주 특성상 섣불리 투자했다간 고점에 물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묶인 동신건설(025950)은 직전 거래일 대비 11.88% 내린 2만 41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대표의 고향인 안동이 회사 본사라는 이유로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이 종목은 올해 들어 주가가 최고 84.42% 올랐지만, 최근 낙폭을 키우며 상승분 중 절반을 반납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대표 주로 거론되는 화천기계(010660) 또한 전날 6.65% 내렸다. 이 종목은 과거 화천기계의 감사를 맡았던 인물이 조 대표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다. 조 대표가 관련성을 부인했음에도 지난달 3월 19일 연초 대비 150% 올랐다. 하지만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테마주로 묶인 덕성(004830)은 전날 8.47% 올랐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순 기록한 최고가(1만 4310원)보다 35% 낮은 가격인 9220원으로 마감했다. 이봉근 대표가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로 묶였던 덕성은 지난해부터 한 비대위원장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총선을 한두 달 앞둔 2~3월 급등하며 최고가를 찍었다가 최근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 투자자 중 다수가 중요 선거 때마다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는 주식을 사고팔며 단기 수익을 얻는 데 집중한다"며 "이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탈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테마주 급락은 선거마다 반복된 바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NE능률(053290)은 오너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란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설이 돌았던 지난 2021년 6월 NE능률 주가는 3만 7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대선 직전엔 1만 3000원 수준까지 떨어졌고, 현재 가격은 4640원이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엔 여권 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마 소식으로 그의 전 직장인 IMBC씨(052220) 주가가 한 달 새 70% 이상 급등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테마주로 묶인 진양화학(051630)도 7726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450원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면 대주주가 지분 처분에 나서는 일까지 이어졌다. 화천기계 부회장 자리에 있는 권영두·권영호씨는 지난달 지분 매각으로 현금 7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한동훈 테마주로 급등한 관련주들을 팔아 21억 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대주주 매도에 주가는 하락했고, 대주주만 배를 불린 뒤 개미들은 늪에 빠졌다.

정치 테마주는 기업 실적이나 모멘텀과 분리된 채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은 고점에 물려 큰 손실을 보는 '폭탄 돌리기' 장세가 반복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는 선거 등 이벤트가 끝나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제 투자 수익률이 전혀 좋지 않다"며 "변동 폭이 큰 정치 테마주는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