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맨' 대신 '증권맨' 택했다…NH투자증권, 차기 사장에 윤병운(종합)
금감원 등에 업은 농협지주, 중앙회 입김 막아내
"윤병운 차기 사장 내정자, IB명가 위상 지키고 중앙회 달래야"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NH투자증권(005940)이 출범 후 내부 출신 사장 선임이라는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갈등 속에서도 '증권맨'인 윤병운 부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발탁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를 열고, 윤 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임추위가 결정한 숏리스트에는 윤 부사장 외에도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었다.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는 유찬형 전 부회장을, 농협금융지주는 윤 부사장을 밀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농협의 지배구조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은행·증권 등'으로 이어져 있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금융지주가 독립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도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선거를 도운 유 전 부회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됐다. 유 전 부회장은 1988년에 입사해 2022년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농협에 몸담은 '농협맨'이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가 전문성을 내세워 내부 증권맨인 윤 부사장을 고집하고, 금융감독원이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선을 그으면서 판이 달라졌다.
금감원은 지난 7일 NH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 검사에 착수하며 차기 사장 인선 절차의 적절성을 포함해 지배구조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윤 부사장이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과거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증권이 흡수하며 NH투자증권이 탄생한 이후 김원규 대표(2013~2018), 정영채 대표(2018~2024) 등으로 이어지는 내부 출신 발탁 전통이 이어졌다는 평이다.
1967년생인 윤 부사장은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1993년 입사해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정영채 사장과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며 IB 황금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현재는 IB1사업부와 IB2사업부를 모두 총괄하고 있다.
윤 부사장이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되면서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갈등은 일단락됐다. 다만 강호동 회장과 이석준 회장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고, 이미 금감원의 대대적인 검사가 시작된 만큼 후폭풍이 발생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이다.
윤 부사장은 기존 IB명가의 위상을 유지하고,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개선이 남은 과제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앙회와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며 "윤 부사장이 NH투자증권의 IB명가 지위를 유지하고, 실적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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