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명분 얻은 행동주의 펀드…주총시즌 앞두고 주주제안 쏟아진다

자사주 소각·현금배당 확대·지배구조 개선 요구…주주제안 속속
"주주환원 탄력" vs "성장성 훼손"…기대 반 우려 반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본격적인 활동이 예상된다. 연초부터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뚜렷하게 제기된 가운데 이번 주총에서는 자사주 소각, 현금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환원책 마련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에는 △KT&G(거버넌스 정상화) △금호석유화학(자사주 소각 및 감사위원회 위원 사외이사 선임) △JB금융지주(주식 연계 임직원 보상제도 도입 및 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전자위임 촉구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28일 개최될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5일 밝혔다. 이상현 FCP 대표는 사퇴하고, 경영진 견제를 위한 사외이사 선임에 표를 몰기로 결정했다. KT&G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해 견제력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FCP는 KT&G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오른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선임될 경우 내부 출신 경영권 세습이 이어진다고 비판해 왔다. 소유 분산 기업 특성상 경영 권한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집중, 이사회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해왔다.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28일 개최될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얼라인 추천 이사를 한 명이라도 선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얼라인은 JB금융 이사회의 다양성이 부족해 자사주 매입 소각이 활발히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비롯해 5인을 추천한 상황이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524만8834주를 2025년 12월 말까지 전량 소각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금호석화의 미소각 자사주는 18.4% 수준이다. 이외에도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 소각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건 등을 제안한다.

행동주의 펀드 대표격인 KCGI자산운용은 올해 주주총회부터 주주환원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이 기준 미달인 기업의 안건에 적극 반대 표를 던지겠다는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 집안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에 이 기준이 가장 먼저 적용될 전망이다.

통상 주총 시즌인 3월은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이 활발한 시기로 꼽히는데, 올해는 목소리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해 증시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다수 추진하며 행동주의 펀드 명분이 강화되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서 한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팩(wolf pack) 전략이 (삼성물산 등에서) 향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소액주주와의 연대도 얻어내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이거나 원하는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얻어내려 할 것이고, 이런 환경으로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투기 세력처럼 받아들여져 반발이 많았지만, 올해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명분을 얻어 일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며 "주주환원은 중요하지만, 기업 성장 경쟁력까지 갉아먹는 수준의 환원 요구는 위험하다"고 우려헀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