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사태로 '큰손' 은행의 ELS 판매중단에…ELS 발행량 '반토막'

ELS 발행량 15년 만에 1조 원 아래로
증권사 수익성 악화 전망…"조달 위험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홍콩 항셍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5대 시중은행의 ELS 판매가 중단된 지난달 ELS 발행량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9일 사이 원화 ELS 발행량은 9350억 원으로 전월 대비 4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2조2020억 원) 대비로는 57.5% 줄었다.

ELS 발행량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009년 5월 9387억원 이후 약 15년 만이다.

이처럼 ELS 발행량이 줄어든 건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 현실화에 지난 1월 말 주요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를 중단한 여파로 풀이된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는 지난해 11월 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ELS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지난 1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당국 수장들도 은행의 ELS 판매 중지 검토를 시사하자, KB·신한·하나은행도 1월 중 일제히 ELS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의와 관련해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은 모두 위험하다. 종합적으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제도개선을) 한 번 점검하겠다"고 발언했다.

홍콩 지수 기반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다. 2024.1.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업계에서는 주요 시중은행의 ELS 판매 중단은 은행 신탁에 ELS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 온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ELS·파생결합증권(DL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온 증권사의 조달 위험이 커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은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들이 ELS·DLS 발행을 통해 조달한 비중이 전체 증권사 차입부채의 25~4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며 "ELS·DLS 발행이 위축되면 증권사 조달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권사가 ELS·DLS 헤지운용 과정에서 여전채 등을 상당규모 편입했는데, ELS·DLS 발행 위축으로 여전채 매입수요가 줄어 여전채 및 기타 고위험 회사채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