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인정했는데…비트코인 현물 ETF, 韓 투자자에겐 '그림의 떡'
해외 주식거래 통해 비트코인 ETF 서비스 준비한 증권사 '제동'
금융당국 "국내 증권사 법 위반 소지"…자본시장법 개정해야 가능
- 신건웅 기자, 박승희 기자,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박승희 김정현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전격 승인했지만, 국내 금융당국이 법 위반 문제를 제기하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특수를 기대했던 증권업계는 당국의 제동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당초 증권사들은 미국 시장에 상장된 만큼 애플이나 테슬라처럼 비트코인 ETF도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금융 당국은 국내 증권사가 비트코인 ETF의 중개업무를 하는 것도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국내 증시에 비트코인 ETF 상장은 물론,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한 매매도 어려울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을 승인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보고 승인을 해줬다는 뜻으로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만 매수하던 비트코인을 ETF 상품을 통해서 제도권내에서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만 최대 1000억달러(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현물 ETF 승인은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해 비트코인 ETF를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현재 판단은 다르다.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ETF 투자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행 관련법에 명시되지 않은 비트코인을 거래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투자 허용 상품 리스트만 판매할 수 있는데 현재 가상자산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거래를 국내 증권사가 중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비트코인 ETF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아직 법적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 비트코인 ETF 거래 공지를 올렸다가 다시 내리기도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해당 부분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거래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 현지시간으로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발표 이후 11일부터 거래도 즉각 가능하지만 한국은 당국이 늑장대응하며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혼란이 더하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트코인 ETF를 보기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자산운용사가 ETF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증권발행 심사를 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ETF의 기초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가상자산의 성격을 정의해야 한다. 여기에 가상자산의 성격상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밸류에이션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상품 출시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ETF에 대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지만, 한국에서는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일부 운용사는 해외 거래소에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삼성 비트코인선물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연동된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법인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통해 미국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다.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 비트코인 현물·선물 ETF가 상장돼 있다.
k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