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신뢰 회복' 나선 당국…업계도 "자정 노력"[무너진 자본시장]④

지난달 '공매도 전면 금지' 초강수…내년 6월까지 근본 해법 마련
주가조작 등 시세조종 '엄벌'…불공정 거래 이득 최대 2배 과징금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올해 증시가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한 해를 보내면서 갑진년 새해를 맞는 금융당국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올 한 해 연달아 터진 주가 조작 사태에 더해 불법 공매도, 증권사 임직원들의 횡령·부당이득까지 '무너진 자본 시장의 신뢰 회복'이란 무거운 과제를 남겨두고 있어서다.

특히 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역린'과도 같았던 공매도에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및 코넥스시장 상장 주권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 제도 개선을 통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기관들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실시간 시스템도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고,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면 10년간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등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담을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대차와 대주 주식 차입 조건을 동일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관 대차 상환기간을 개인 대주와 동일한 '90일+α'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주 담보비율도 대차와 동일하게 120%에서 105% 이상으로 인하했다.

다만 공매도 제도 개선의 핵심 쟁점인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옥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2020년 국회에서 검토가 됐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도입되지 못했다"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제3자가 잔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엄벌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당국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일삼다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 265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IB의 위반행위를 자본시장 거래질서 및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사안으로 판단해 공매도 제한 위반에 대한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금융당국은 건전한 자본시장 확립을 위해 각종 불공정거래 및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이례적으로 불법 공매도 관련 '루머'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공매도 현황 및 공매도 관련 시장 루머 점검 결과'를 발표, ETF LP가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여전히 공매도 거래가 증가 중이며 특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불법 공매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루머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황선오 금융투자 부문 부원장보는 같은날 브리핑 질의응답 중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루머가) 사실인 양 전파되다 보니 자본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며 "향후에도 공매도 관련 시장의 의혹 및 루머를 신속하게 점검하고 확인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으로, 자본시장과 투자자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올해 증시를 병들게 했던 주가조작 등 시세조종 행위에도 칼끝을 겨눈 상태다.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남부지검은 제 10회 '불공정 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를 개최해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비롯해 각종 불공정거래 제재 도입 관련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불공정거래 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9일 시행을 앞뒀다.

조심협에서는 내년 1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으로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중요정보이용·시세조종·사기적부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신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진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를 환수하는 과징금을 도입하고, 불공정거래 제재의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총수입–총비용)을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조항도 있다.

또 당국은 잇따르는 증권사 임직원들의 횡령, 부당이익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국회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사고 시 최종 책임자로 최고경영자(CEO)를 명시하는 '책무구조도' 도입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당국의 제도 개선에 발맞춰 업계도 자정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업계 대표들과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경영 선포식을 열고 내부통제 역량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실행 방안을 결의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부 비위행위 근절을 위한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고 최근 문제가 됐던 랩·신탁 불건전 영업관행 근절과 IPO 기업실사 개선을 위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매도 주문 수탁자로서 불법 공매도 근절 방안도 철저히 이행하고,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협력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상품의 제조-판매-사후관리 전 과정에 걸친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탁금이용료, 신용융자이자율 등의 합리적인 관리·산정체계를 구축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매입 프로그램 운영과 PF대주단 협의회 참여 등 대체자산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하기로 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업계 스스로의 개선의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업계의 본분인 국민자산 증식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공정금융·상생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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