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억 미만 주식 보유자, 내년 양도세 안내도 된다"…투자자들 '환영'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10억→50억원으로 조정
과세 기준 되는 연말 직전에 대규모 매도 반복…증권가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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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연말마다 쏟아진 '조'(兆) 단위의 양도세 회피용 매물 폭탄이 올해는 줄어들게 됐다. 정부가 예정대로 연내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면 올해 주식을 종목당 50억원 미만으로 가지고 있을 경우 2024년 양도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 회피용 매물이 쏟아질 여지가 줄었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 보유금액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내용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세대상 기준회피를 위해 연말 대거 주식을 매도하는 현상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기재부는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22일까지 입법예고·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하며,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연내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조정되는 기준은 내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투자자들은 당해 연말 기준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다음해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차익이 생기면 그의 20~25%를 과세했다. 특정 종목 지분율이 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이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이 연내 완료되면 연말 기준 종목당 50억원 미만으로 주식을 보유할 경우 양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50억원 미만 보유자라면 세금회피를 위해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종목당 보유액 10억원을 충족하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는 7045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0.05%였다. 50억원으로 늘어나면 적용 대상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기준 완화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대주주의 수는 적지만 이들이 과세 회피를 이유로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수급 이슈가 발생하면 소액주주들도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함께 매도해 시장이 출렁이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이 2017~2022년 대주주 판정 기준일 전후 지수별 매도 금액 중 개인 비중을 분석한 결과 5거래일 이전에는 50% 이하에서 움직이다가 점차 매도압력이 가중돼 기준당일 65%를 넘어섰다.

12월 매도압력은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중형주와 코스닥을 중심으로 높았는데, 202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이익 금액이 클수록 부과되는 양도세 규모도 크고, 수익률이 높은 업종일수록 매물 압력이 클 수 있다"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주주 판정 기준일 대비 3개월 수익률이 우수한 업종일수록 당해 12월 개인의 매도 압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양도세 이슈로 인한 수급 문제가 발생한 이후 '되돌림 현상'도 나타났다. 12월 한 달간 개인 매도 압력이 코스피 대비 높았던 업종은 대주주 판정 기준일 5일 후 상대수익률이 양호한 경향을 나타냈다.

여야가 지난해 5000만원 이상 2023년도 예산안 부수 법안 관련을 처리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대신,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총선용 감세 카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대주주 양도세 완화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의 기본 취지에서 왜곡돼 과세기준이 강화된 것을 되돌리는 것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대주주 양도세의 원래 취지는 회사의 내부정보를 아는 대주주들이 내부자정보를 이용해서 매매를 할 경우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에서 100억원으로 시작됐는데, 취지가 왜곡되면서 10억원까지 강화됐다"며 "성장성 좋은 주식을 사도 주가가 오르면 양도세를 이유로 팔고, 주가가 하락해 인식이 나빠져 소액주주들까지 동반 매도하게 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낮은 게 좋은 시장인데, 양도세 과세기준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멀티플을 디스카운트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며 "소액주주들에게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전체 시장의 멀티플을 낮추는 기준을 완화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정부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강주선씨(가명)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가 부자 감세일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게 소액주주라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옳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연말 증시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주주 양도세 완화 이슈가 시장에 선반영된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 완화 소식에 개인 수급은 유입됐다"면서도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동조화에 하락했고, 양도세 기준 완화 이슈가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인식에 내림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