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테마주 광풍'에 불붙은 코스닥, 내년 '긴축종료' 타고 더 오르나
[2024 증시전망]②평균 736~943선 예상…'탈코스닥' 행렬·불확실성 확대는 변수
올해 코스닥 거래대금, 코스피 뛰어넘어…27년만에 첫 사례
- 이기림 기자, 박승희 기자, 공준호 기자, 김정은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박승희 공준호 김정은 문혜원 기자 = 올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테마주' 열풍에 힘입어 반등한 코스닥 시장의 2024년 전망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가총액이 5배가량 많은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을 앞지르는 가운데 공매도 전면 중단 및 금리 인하 기대감에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엔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까지 있다. 다만 상장사들의 '탈코스닥' 행렬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뉴스1>이 국내 주요 19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4년 코스닥 지수가 평균 736~943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660~926선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에코프로그룹으로 대표되는 이차전지(2차전지)주와 정치 테마주, 새내기주 등이 주도했다.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테마 열풍에 의해 코스닥 지수는 9월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지난 7월26일에는 장중 956.4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말(679.29) 대비 40.8% 오른 수준이다. 10월31일 장중 734.2까지 내리면서 한 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지만, 역사상 네 번째로 시행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금 800 중반대까지 회복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주도주 없이 테마장세로 펼쳐진 것이 특징인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주의 활약으로 올해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2395조221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 2293조7788억원보다 101조4429억원 많은 것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코스닥보다 약 4.8배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거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추세가 올해 주식시장 마감까지 이어진다면 1996년 코스닥 출범 이래 27년 만에 처음 연간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역전한 사례가 된다.
이런 흐름은 202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긴축 통화정책이 종료할 수 있다는 점,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개별 종목들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전망을 뒷받침한다.
바이오·제약주, 인터넷·게임주, 반도체·부품주 등의 강세가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상승률(YTD) 200% 이상인 종목들이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코스닥 종목이었다는 점도 상승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내년에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지수 상승을 이끌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3.6% 감소했다. 다만 3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다질 것이란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 코스닥 영업이익 증가율은 40%로 예상된다"며 내년 코스닥 예상밴드 상단으로 센터장 중 가장 높은 1030을 제시했다.
다만 2024년 사회 및 경제에 퍼져있는 '불확실성'이 얼마나 작용할지에 따라 지수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이미 현재 주가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부분이 있고,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재반등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금리인하 기대감, 연중 경기둔화 우려감과 미 대선 불확실성, 하반기 이후 미 선거 마무리 및 정부 출범 기대감에 따라 '상고-중저-하고'의 증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요 둔화 반영으로, 낙관적인 이익 컨센서스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정부지출이 제한된 가운데 가계의 디레버리징 리스크가 지속되며, 신규 테마 출현 및 신규 테마 분출에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상승장을 이끈 2차전지주인 포스코DX, 엘앤에프와 바이오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 HLB 등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들이 2024년 코스닥 상장에서의 탈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른바 '탈코스닥' 행렬에 투자심리가 훼손될 수도 있다.
그나마 시총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남아있지만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2024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점 등을 이유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2차전지주의 힘을 받기도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 2차전지는 IRA 불확실성(미국 대선), 전기차 수요 둔화, 수주 공백기,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도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라며 "단기 트레이딩 관점의 접근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하락하면 전기차 수요 기대감이 커질 수는 있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 상승에 따른 경쟁 심화가 문제"라며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점유율 확대 속도와 자체적인 공급 구조조정 노력 성과 등이 한국 배터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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