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칼날' 못 피한 증권업계 스타CEO들 벼랑 끝…소송으로 반격할까

'1963년생·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동기' 박정림·정영채 사장 나란히 중징계
대표이사 임기 만료 임박한 상황에서 악재…사실상 연임 어렵다는 관측 우세해

박정림 KB증권 사장.(KB증권 제공)

(서울=뉴스1) 공준호 기자 =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중징계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떠나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박 사장과 정 사장은 지난 29일 열린 금융당국의 처분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제21차 정례회의에서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003540), NH투자증권(005940), 중소기업은행(024110),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055550) 등 7개사의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해 임직원 제재,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으로 이들중 최고 수위 제재를 받았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이보다는 한단계 낮지만 역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는 각각 4년, 3년간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박 사장과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정 사장 모두 연임이 어려워졌다. 연임 뿐만 아니라 금융권 취업까지 제한돼 이번 제재에 따른 타격이 더하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징계에 불복해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파생결합증권(DLF) 손실사태 당시 문책경고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소송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들에 대한 의결서는 이날 중 송달될 예정이다. KB증권의 경우 직무정지가 예정된 박 사장의 자리를 김성현 각자대표가 이미 직무대행하기로 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NH투자증권 제공)

업계에서는 소송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이들이 이미 오랜 기간 해당 증권사 대표를 맡아 온 만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수순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사장과 정 사장은 각각 2019년, 2018년부터 5년 넘게 증권사 수장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1963년생 '동갑내기'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2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최근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연임을 위해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이 모두 지주 소속의 증권사에 소속된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모두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굵직한 형제 금융계열사는 두고 있는데, 이는 당국에 불복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오랜 기간 지속됐던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최근 양종희 회장 체제로 변화한 만큼 세대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정림 사장은 허인, 이동철 전 부회장과 함께 '윤종규 KB금융 체제'의 핵심 인물"이라며 "이 때문에 세대교체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지주차원에서도 당국에 대립해 소송을 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이동철 KB금융지주 전 부회장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뒤 각각 은행과 카드 고문으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이 이번 임기를 마친 뒤 이들과 고문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영채 사장의 경우 본인의 연임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했던 만큼 연임을 위해 불복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 사장은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20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사태해결을 위해 힘쓰겠다고 공언해 온 바 있다.

ze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