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에 기관 웃고 개미 울었다…천연가스 ETN '폭락'

난방수요 줄고 LNG 수입 늘면서 유럽 천연가스 5개월 만에 81%↓
개미 순매수 '레버리지' 75% 떨어지고 기관 순매수 '곱버스' 89% 올라

인천시 경인 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 경서동 천연가스발전본부 2022.1.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유럽 지역 이상 고온 현상에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천연가스 가격 안정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가능성을 낮추고 국내 증시에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가격 폭락을 예측하고 ETN에 올라탔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8월 9.68달러까지 치솟았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날(19일) 기준 3.29달러로 마감했다. 5개월 여만에 66% 내린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메가와트당 339.2유로에 거래됐지만 전날에는 81.81% 떨어진 61.70유로에 사고 팔렸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천연가스 공급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탓에 전세계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았다.

하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닥친 유럽의 겨울이 예상보다 따뜻했고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를 선제적으로 비축한 덕에 가스 수요 압박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럽 전역의 가스 재고가 많았는데 온화한 겨울 날씨로 난방 수요는 감소한 데다 LNG 수입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이뤄졌다"며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용량도 증가해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국내 증시에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N은 최근 개인의 순매수세가 강했고 역으로 추정하는 인버스 ETN은 기관의 순매수가 강했던 탓이다.

'KB 천연가스 선물 ETN(H)'는 지난해 10월20일부터 전날까지 3개월간 1만9230원에서 1만765원으로 44.01% 폭락했다. 같은 기간 이 상품에는 개인투자자가 25억3358만원 순매수했고 기관은 비슷한 수준을 순매도했다.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선물 ETN(H)'는 같은 기간 1만5690원에서 3930원으로 74.95% 떨어졌다. 역시 개인이 38억6142만원 순매수했다.

반면 역으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 'KB 블룸버그 인버스2X 천연가스선물 ETN(H)'는 2만4600원에서 4만3785원으로 77.98% 폭등했다. 이 상품은 기관이 10억4020만원 순매수했고 개인이 동일하게 순매도했다.

'QV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는 2만4025원에서 4만3645원으로 89.55% 수익률을 보였다. 역시 기관이 2207만원 순매수한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반등할 모멘텀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내 천연가스 재고 비축율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천연가스 가격의 추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 가격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면서도 "중국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회복되고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어 연간 천연가스 가격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yoo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