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로 금융시장 요동치자…은행권 '대기 자금' 폭증
비상계엄 후 요구불예금 '10.6조' 증가
증시 대기자금·환차익 잔액 몰려…외화 LCR은 증가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빚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몰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증시가 하락하며 '저점 매수' 관망세에 예·적금 잔액이 빠지는 한편, 환차익 실현 외화자금 물량이 일시적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9일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10조 8867억 원으로, 윤 대통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600조 2615억 원 대비 10조 6252억 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의미한다.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고, 이자율은 0.1% 수준에 불과해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요구불예금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하루 새 무려 8조 535억 원이 늘었다. 당시 우려했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없었으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몰린 것이다.
금융권에선 국내 증시가 불확실한 틈을 타 '저점 매수' 타이밍을 노려 예·적금에서 인출한 잔액과 함께,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 금액이 일시적으로 요구불예금에 잡힌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지난 9일 기준 주요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980조 6841억 원으로, 지난 6일(984조 3343억 원)과 비교해 3조 6502억 원이 급감했다. 9일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불발된 이후 첫 거래일로 정치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 2.78%, 5.19% 빠졌는데, 저점 관망세에 따라 예·적금 잔액에서 요구불예금으로 잔액이 일부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점 매수 관망세에 예·적금 인출 후 바로 증권계좌로 옮기지 않은 금액이 일부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전 금액이 일시적으로 수시 입출금 잔액에 몰린 영향도 있다.
주요 5대 은행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9941억 9701만엔으로, 지난 3일 1조 548억 9866만엔 대비 607억 165만 엔 줄었다. 한화로 약 5700억 원 수준이며, 특히 5대 은행 모두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은행권은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불확실성 속 원화 가치 하락 여파가 이어지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화 LCR은, 외화 유동성 충격 관련 대응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 유동성 공급 차질 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장 시작가 1405.5원에서 이날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426.9원으로, 21.4원 오른 상황이다. 이에 외화 예수금 이탈 등을 예의주시 중이다.
다만 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이전 외화 LCR 비율을 높여 온 것으로 파악됐다.
5대 은행의 단순 평균 외화 LCR은 지난 9월 말 160.74%에서 지난 11월 말 기준엔 167.48%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97.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3~4일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약 612억 1606만달러, 605억 6102만달러로 하루 새 6억 5504만 달러가 빠지기도 했으나, 9일 기준으로는 약 613억 3036억 달러로 비상계엄 때보다 늘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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