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은행업무 보는 세상… 연말 줄이은 '은행 점포 폐쇄'
"점포 폐쇄 자제하라" 정부 엄포에서 은행업계 "어쩔 수 없다"
은행 대리업·오프라인 오픈뱅킹…금융위 '대안 마련' 속도전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시중은행의 영업점 통폐합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신한·우리·NH농협은행에서 통폐합을 예고한 지점만 60곳이 넘는다.
정부는 점포 폐쇄를 자제해달라고 주문하는 상황이지만 은행업계 분위기는 다르다. 고객들의 직접 방문이 나날이 줄어드는 '모바일 뱅킹' 시대에 하염없이 점포를 운영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올해 은행권 점포 폐쇄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은행 대리업' '오프라인 오픈뱅킹' 등 은행권 점포 폐쇄 대책들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31일부터 총 37개 영업점 폐쇄하고 인근 영업점과 통합하기로 했다. 폐쇄되는 영업점을 살펴보면 서울특별시 중구 청계천로 청계지점부터 충남 보령시 대천지점까지 도심 한복판과 인구감소 지역까지 모두 포함됐다.
우리은행도 내년 1월 6일부터 총 21개 영업점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서울 강남구·서초구·용산구 등 도심 내 점포를 가장 많이 줄인다. 신한은행도 다음 달 9일부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위치한 8개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폐합할 계획이다.
이같은 은행 점포 폐쇄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는 총 5690개로, 최근 5년간 1189개가 폐쇄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708개, 비수도권 481개 폐쇄된 것으로 집계됐다.
줄 이은 점포 폐쇄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금융서비스 접근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면서 "금융업계가 이러한 책무를 충분히 고민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업점 감축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모바일 뱅킹' 시대에 손님이 찾지 않는 영업점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영업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은행 점포 폐쇄 절차를 더 강화하는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 후 점포 감소세는 연평균 300개에서 1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연말까지 예정된 점포 폐쇄 건수를 고려하면 지난해 규모(84개)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한 영업점에 하루 동안 몇 명이 방문하고 어떤 업무를 위해 오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대부분 통장 정리, 단순 이체를 위해 방문하는 고령층이 대부분인데 지점을 계속 운영하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물론 은행의 공익성을 생각하면 단순한 금융 업무도 필수적이지만, 수익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기약 없이 운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님이 드문 영업점에선 실적 압박도 상당하다"며 "손님들에게 카드 발급이나 펀드 상품 가입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은행권 점포 폐쇄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시대 변화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대책들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첫 번째 대책이 '은행 대리업'이다. 비(非)은행이 은행 업무를 대신한다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우체국에서 은행의 업무를 보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은행법을 고치거나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해 은행 대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오프라인 오픈뱅킹'(공동결제시스템)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 은행에서 타 은행 계좌 업무까지 가능한 시스템으로, 농협은행을 방문해 하나은행 계좌조회 및 이체 업무까지 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AI) 은행원이 고객을 상대하는 이른바 'AI 브랜치'도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AI 점포 등 은행권 점포 운영전략 다변화를 위해 필요한 규제 샌드박스 등 제도적 지원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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