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ATM의 금융혁신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영국의 바클리즈가 1967년에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영국 북쪽 잉필드라는 마을에 설치되었다. 잉필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교회 입구에 있는 바클리즈 지점 현관문 옆인데 지금은 현대식 ATM이 있고 그 좌측 벽에 기념 동판이 붙어있다. 국내에서는 1978년 1월에 지금의 하나은행인 외환은행 본점에 설치되어서 가동된 것이 최초다.
ATM은 은행 창구에서 이루어지는 몇 가지 거래를 전자기계로 처리해 주는 장치인데 은행 측의 지점 설치 비용과 인력을 절감해 주고 고객의 시간도 절약해 준다. 또 ATM 덕분에 은행 창구영업 시간 외에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설치와 관리에 비용이 들어가고 보안 문제가 있다.
범죄에도 이용된다. 할리우드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누구를 협박해서 은행 창구가 아닌 ATM에 가서 현금을 인출 해오게 시키는 장면이다. ATM은 외진 곳이나 야간에 현금이 노출되는 장소인 경우가 많다. 사람이 다칠 수 있다. CCTV가 반드시 설치된다. 자금세탁에도 활용된다. ‘브레이킹 배드’(2008)에서 세차장을 마약거래 자금의 세탁에 이용하는 것이 비슷하다. 홍콩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기기에 적용한다.
ATM 등장 초기의 문제는 카드 분실이나 도난이었다. 그래서 개인식별번호(PIN)가 탄생했다. PIN 덕분에 ATM이 비로소 널리 사용될 수 있게 되었다. PIN은 제임스 굿펠로우라는 스코틀랜드의 발명가가 창안해 낸 것이었고 그래서 굿펠로우가 ATM의 발명자로까지 불리게 되었다. 1966년 영국 특허번호 GB1197183, 1968년 미국 특허번호 US3543904다. PIN은 ATM뿐 아니라 다양한 전자장치와 보안시설에 사용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 중 하나다.
ATM은 특히 해외여행 중에 언어 문제 등으로 현지 은행을 활용하기 곤란할 때 매우 요긴하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약 350만 대의 ATM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더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그 외 현금이 필요 없는 전자결제 수단이 많이 생겼다. 은행 입장에서도 ATM은 고가의 정밀기기여서 손익을 따져보아야 한다. 초창기에는 대당 거의 1억 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천만 원 안팎이다. 어떤 ATM 센터는 여러 대의 기기가 설치되어서 거의 작은 지점 규모다. 인건비 정도가 절약된다.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ATM도 나왔다.
ATM은 대개 은행 점포 내부나 실외, 드라이브스루 등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쇼핑몰이나 기차역, 지하철역, 주유소, 편의점 등등이다. 가장 요긴한 곳은 크루즈선, 산악지대 같이 은행이 먼 곳이다. 태양광 전지로 작동하는 곳도 있다. 미군이 운용하는 항공모함에도 ATM이 다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의 ATM은 국립파키스탄은행이 고산지대 고개에 설치한 ATM이다. 해발 4,693미터인데 영하 40도에서도 가동된다. 웰스파고는 남극대륙의 인구 800명인 맥머도기지에 ATM을 설치했다. 두 대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ATM으로 불린다.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ATM을 사용할 때 신경쓰이는 것은 줄 뒤에 서있는 다른 고객이다. 혹시 내 화면을 보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인터넷에는 각각 스미스와 웨슨이라는 두 마리의 맹견이 ATM을 이용하고 있는 주인 뒤에서 양방향을 지켜보는 사진이 떠있다. 이 사진은 ATM산업협회(ATMIA)의 홈 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2017년 6월 말 기준으로 3,671개였는데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는 2,817개였다. 7년 동안 854개의 점포가 줄어든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디지털 금융과 ATM의 확대가 큰 원인일 것이다. 폴 볼커는 기술혁신과는 거리가 먼 금융산업에서 ATM이 최고의 혁신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ATM은 향후 디지털 키오스크(STM)로 진화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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