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선 등락에 은행 건전성 '경고등'…금감원, 20일 점검회의
환율 급등에 '위험가중자산' 증가…금융사 BIS비율도 흔들
향후 1430원 돌파 가능성도…은행권 "당장 타격은 크지 않아"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이 140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환율이 등락할 시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함께 요동치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0일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은행권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한다.
금감원은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환율 변동성에 주목하면서 은행권에 회의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은행별 외화 대응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오후 8시쯤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04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연이틀 환율은 주춤했지만 지난 12일(1403.5원), 13일(1406.6원), 14일(1405.1원) 기록하는 등 사흘 내내 1400원을 상회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 급등은 은행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BIS 비율은 은행 부문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환율이 급등하면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은행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영업하려면 8% 이상의 자기 자본 비율을 지켜야 한다. 실제 지난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으로 환율이 1400원을 넘겼을 때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기관의 BIS 비율이 하락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은행권은 최근의 환율 등락에 따른 리스크가 경영 방향성 자체를 바꿀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 관계자는 "사실 환율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가해 1390원대를 기록하고 있었고 트럼프 당선 이후 약간 올라 1400원을 돌파한 것"이라며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의 추이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임기 시작하는 다음 해 1월부터 본격적인 환율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이 1430원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원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미 국채 금리 추가 상승과 관세 부과 우려 등으로 달러화의 추가 강세가 예상된다"며 "달러·원 환율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ukge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