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커지는 글로벌 RWA 시장, STO 법제화만 기다리는 韓
[크립토 갈라파고스 한국]⑤ RWA 시장, 전년 대비 9배 커져
국내선 STO 법제화도 '아직'…22대 국회서 재추진하는 실정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RWA(실물연계자산)가 점점 더 주목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자산의 신뢰성과 유동성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연결하는 RWA는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ST(토큰증권) 시장 관련 법제화가 미흡해 성장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글로벌 탈중앙금융(DeFi) 데이터 플랫폼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RWA에 예치된 총 코인 금액(TVL)은 약 65억7300만달러(9조1800억원)이다. RWA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해 1월 약 7억6000만달러(1조480억원)에 비해 9배가량 급증했다.
RWA는 부동산, 채권,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화한 디지털자산이다. 기존 자산을 토큰화함으로써 소액 투자자들도 대형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금융 기관과 블록체인 기업들이 RW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도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예를들어 올해 초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펀드를 출시했고, 이를 중심으로 미국 RWA 시장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물자산 토큰화(RWA) 관련 데이터 플랫폼 RWA.xyz 데이터에 따르면 토큰화 미 국채 시장 규모는 22일 기준, 24억달러(3조3100억원)에 달한다. 영국계 다국적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실물자산(RWA) 토큰화 시장 규모가 2034년 30조1000억달러(약 4경150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의 ST 시장은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성장이 더딘 상태다. ST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되는 자산을 토큰화한 증권을 의미한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RWA와 동일하지만, 실물과 연계된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는 RWA와 비교했을 때는 그 대상군이 좁다.
국내에서는 우선 당국이 증권 상품으로 분류되는 ST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한 후 RWA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를 가늠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ST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도적 개선을 예고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ST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형태로 편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서 올해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제화 추진 단계를 밟고 있는 실정이다.
토큰증권발행(STO)은 전통적인 증권을 토큰화해 블록체인상에서 발행하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적인 금융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이 법적 규제가 명확하게 정비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ST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은 법제화가 완료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도 법적 제도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아가 토큰화의 대상을 비정형적 증권뿐만 아니라 주류 전자증권 영역까지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이사는 "현재 국내에서 추진하는 ST 제도는 해외의 RWA 시장처럼 퍼블릭 체인에서 RWA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ST부터라도 최대한 빨리 법제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이사는 "(ST가 법제화되면) 무엇보다 새로운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이 늘어난다는 의의가 생길 것"이라며 "블록체인을 국내 금융 시장에 도입함으로써 글로벌 RWA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최근에도 (ST의) 법제화를 기다리다가 문을 닫는 회사들이 많다"며 "저희도 1년에 30억가량을 관련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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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기' 취급당하던 비트코인 값이 또 다시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가상자산 ETF를 속속 승인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투자자들도 가세해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면 한국은 규제 뿐이다. 진흥은 없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 당국은 "내 임기 동안은 어림없다"는 식으로 외면만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 위기다. 시세 차익을 쫓는 코인 투자자만 남았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