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시중은행까지"…우리은행, 오늘부터 적금 금리 0.2%p 인하

지방·저축은행 이어 시중은행도 '예·적금 금리 인하' 본격화
은행권 대출 금리는 '역주행'…더 커진 '예대금리차'

(우리은행 제공)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에 따른 조치다. 짚어야 할 점은 예·적금 금리는 낮아지고 있는 반면 대출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이자 장사에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만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12개월) 적용 이율을 연 2.2%에서 2.0%로 0.2%포인트(p) 인하한다. 최근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이같은 수신 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인하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인상을 시작한 지 38개월 만이다.

예·적금 금리는 '뚝뚝'…대출 금리는 '쑥쑥'?

그간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 속에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예·적금 금리만 내리면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 은행들은 이미 수신 금리 인하를 시작한 상태다. 경남은행은 지난 17일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0.2~0.75%p 인하했고, 부산은행도 지난 18일부터 수신 상품 금리를 0.10~0.35%p 낮췄다.

수신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 업계도 마찬가지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예금 금리를 0.1%p, 다올저축은행은 21일부터 0.05%p 인하했다. 이로써 '연 4% 금리'를 제공하던 저축은행 예금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더 커진 예대금리차…'이자 장사' 비판 거세질 듯

금융권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방침 속에 대출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으로, 금융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지표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지난 7~9월 총 30여 차례에 가까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심지어 지방은행과 2금융권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는 상태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틀어막자 소비자들의 수요가 이동하는 '대출 쏠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예대금리차 관리를 당부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고금리로 부담이 컸던 영세·취약 차주들이 금리인하의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달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