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을 '은행 대리점'으로…대통령 통합위 제안에 금융위 '재논의'
사실상 중단됐던 '은행대리업' 논의…금융위, 다시 불붙였다
금융위원장도 "필요성 공감"…대리업자 '권한·책임' 범위가 관건
- 김근욱 기자,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박동해 기자 = 비(非)은행이 은행 업무를 대신하는 이른바 '은행대리업' 제도를 금융위원회가 재검토한다. 은행법 개정부터 금융사고 관리까지 갖가지 애로 사항에 사실상 중단됐으나 최근 은행 대리업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리하는 '은행대리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은행들의 영업점 폐쇄 현상에 따른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대리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해, 우체국에서 은행의 업무를 보는 것이다. 은행권 공동대리점을 만들어 업무를 위탁하거나, 핀테크 업체가 은행업을 대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구체적인 도입안을 발표하겠다던 금융위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은행대리업에 대한 건의가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면서 다시 검토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전국 2500개 우체국을 은행의 영업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우체국은 점포의 약 50%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해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도 지난 7월 우체국의 은행대리업 도입을 공식 제안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은행대리업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은행대리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국회도 관심을 보이는 상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통합위에서 제안한 우체국의 은행 대리업을 긍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금융위에 입장을 요청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은행대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실제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혹시 보완할 점이 있는지 검토해서 입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금융위가 근시일내에 은행대리업 관련 계획을 내놓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 개정부터 금융사고 관리 책임까지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이외의 제3자가 은행의 본질적 업무를 대리하기 위해선 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금융사와 제3자가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만큼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금융사고 발생시 소비자가 그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관련 책임 소재, 피해보상의무 등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피해 및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업 수행에 필요한 인력·자본금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은행에게 대리업자에 대한 감독 및 고객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 대리업자에게는 건전성 확보 및 소비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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